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 유마힐 묵연무언

원문 : 維摩詰 默然無言하니 文殊師 利歎曰하기를 善哉善哉라 乃至無有文字語言이라야 是眞入不二法門이다

번역 : 유마힐이 침묵하고 아무말이 없으니 문수보살이 찬탄하여 말하기를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문자와 말이 없음의 경지에 이르러야 진실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였다. ‘유마경 입불이법문품’

언어는 존재의 집이고
문자언어는 문화의 꽃
언어·침묵 조화 이룰때
침묵 빛나고 언어 살아

‘유마경’에 나오는 유명한 ‘입불이법문’의 내용이다. 불립문자를 종지로 내세우는 선가의 최고 법문으로 대변되는 ‘유마의 침묵’이란 명구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궁극의 이치인 도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인간의 인식 범주를 벗어난 불가사의한 세계는 언어문자로 나타내면 낼수록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언어문자로 표현될 수 없는 궁극의 경지가 있고, 침묵이 웅변보다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이름을 붙여 부르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도가 그렇고, 우리는 우주가 끝이 있는 지 없는 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주에 끝이 ‘있다’ ‘없다’ 말하는 순간에 진실·실상과는 어긋나게 된다. 그것이 모양이 있는지, 색깔이 있는 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신의 세계도 그렇다.

우리 마음 세계는 묘하고 묘하여 실체가 없으나, 마음의 작용이 분명히 있는 진공묘유의 세계이다. 따라서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마음 이치를 깨달아 견성성불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선종에서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종지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불이법문은 상대와 차별을 초월한 평등한 이치를 설하는 공(空)의 법문인 진제(眞諦)이다. 즉, 양변(兩邊)을 떠난 도리를 설한 일심 중도의 법문인 아마라식의 자성청정심을 뜻한다. 중도는 다른 종교나 철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불교의 독특한 교법이다. 유무를 떠난 중도, 생사를 떠난 중도, 고락을 떠난 중도, 색과 공이 둘이 아닌 중도의 세계가 있다.

중국 선종 삼조 승찬대사의 ‘신심명’ 주제가 중도 법문이다. 지극한 도가 미워하고 사랑하는 상대적인 증애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명백히 드러난다는 가르침이다. 지극한 도는 사량 분별하는 마음과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다. 말의 경계가 끊어지고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세계를 초월한다.

‘화엄경’에서는 “보살마하살은 모든 보살이 불이의 법문에 들어가고 부처님의 법문에 들어가서 모든 법을 분별하기를 원한다”고 설했다. ‘벽암록 제84칙’에 ‘유마거사의 불이법문’과 종용록 48칙에 ‘유마경의 불이법문’이 나오는데 ‘유마경’의 본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선가의 불언 문자관이 여기서 비롯됐다. ‘유마경’에서 문수보살은 불이법문을 “일체법은 말도 설명도 없고 보일 것도 인식할 것도 없어서 모든 질문과 문답을 떠난 것이 바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라고 간결하게 설명하여 장단을 쳤고, 이어서 유마거사는 침묵으로 입불이법문을 완성하였다.

인간의 사유나 사상은 문자를 통해서 기록되고 계승 발전되고 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고, 문자언어는 인간 문화의 꽃이다. 우리가 존재와 세계를 사유하는 것도 문자언어를 통해서 하고 있다. 인간의 사유의 범주가 언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침묵이 능사만은 아니다. 언어와 침묵은 조화 중도를 이루어야 침묵도 빛나고 언어도 의미가 산다.

말할 수 없을 것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고 침묵하라 신들의 세계는 말하지 말라/ 별나라에 묘한 과일이 있는데 먹어 본 사람이 없어/ 이 과일의 맛을 멋지게 설명하는 사람은 얼마나 우습고 어리석은가/ 본래 마음자리는 시비선악이 없는 불이일심(不二一心) 평등중도/ 그대여, 문자와 언어의 범주를 떠난 불이법문의 경지를 어떻게 들어가시겠는가?

유마는 두구(杜口) 묵연(默然), 달마는 불식(不識), 만해는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나도 오직 모르겠다 (유마경의 입불이법문)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