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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 기원논쟁 주도 학자들 한국 강단에 선다

  • 교학
  • 입력 2014.10.02 20:52
  • 수정 2014.10.09 14:55
  • 댓글 5

사사키·가라시마 교수 방한
중앙승가대·금강대서 강연
대승불교 기원론 논쟁은
세계 불교학계 핵심 이슈
한국에 신선한 자극될 것

대승불교 기원 문제가 세계 불교학계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은 가운데 그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학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이론을 펼친다.

중앙승가대는 10월6일 오후 3시40분 김포 중앙승가대 본관 4층에서 일본 하나조노대학 사사키 시즈카(左左木閑) 교수를 초청해 ‘대승불교 기원에 대한 제문제’를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또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도 10월8일 오후 2시 논산 금강대 본관 5층 사이버강의실에서 일본 창가대학국제불교학고등연구소 가라시마 세이시(辛島靜志) 교수를 초청해 ‘누가 대승문헌을 편찬했는가’를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에 따라 대승불교 기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국 불교학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지난 110년간 많은 학자들이 대승불교 기원과 관련된 획기적인 이론들을 제기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사진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이 설해졌다는 인도 기원정사터.

대승불교 기원 논란은 근대 유럽학자들이 팔리어로 기록된 초기경전을 연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의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붓다가 대승불교를 말하지 않았다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 의혹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인도 역사 관련 사료가 극히 부족한 탓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대승불교를 둘러싼 육하원칙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마에다 에운(前田惠雲)이 ‘대승불교성립사론’(1903년)에서 ‘대중부 기원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승불교 기원 논쟁의 효시에 해당하는 이 학설은 대중부가 제시하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라는 교의와 출세간부에서 설하는 붓다의 초월적 성격이 대승불교와 유사하다는 사실에 의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65년 뒤 이를 뒤집는 획기적인 학설이 나왔다.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가 ‘초기대승불교의 연구’(1968)라는 저술에서 재가불자가 중심이 된 불탑신앙집단이 대승불교를 주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대승경전에 빈번히 언급되는 선남자·선여인을 대승불교의 절대적인 지지자로 간주했다. 즉 다른 교의를 버젓이 내세우는 자가 동일한 승단에서 지낼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대승이 소승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학설은 대승불교 담지자가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동시에 경전과 논장에 의존하지 않고 율장에 근거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의 학설은 일본 학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한때 그것이 정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0여년도 되지 않아 강력한 반론에 부딪쳤다. 그레고리 쇼펜(G. Schopen)은 비문을 비롯한 고고학적 성과들을 검토하면서 4세기 이전의 대승불교 증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975년 쇼펜은 자신의 논문을 통해 대승불교가 독립된 집단으로서 4세기까지 출현하지 않았으며, 일부 소수 승려들에 의해 진행된 주변부 불교운동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폴 해리슨(P. Harrison)도 ‘반주삼매경’ 등 한역 초기 대승경전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해 대승불교가 외지고 험한 곳에서 수행했던 소수의 승려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승불교 기원은 도시에 기반을 둔 재가불자의 헌신적 종교운동과는 거리가 먼 엄격한 수행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히라카와 아키라 이론과 이들 서양 학자들의 학설이 상반된 가운데 또다시 놀라운 주장이 나왔다. 이번에 방한하는 사사키 시즈카의 학설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아쇼카왕 파승(破僧) 비문과 ‘마하승기율’ 등 율장에 대한 치밀한 검토를 통해 의견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포살이나 갈마 등 중요행사를 같이한다면 승단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곧 붓다 교설을 상반되게 이해하더라도 함께 머물 수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히라카와 아키라 이론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반론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승불교 기원론의 물줄기를 새롭게 돌리고 있는 학자가 가라시마 세이시다. 대승경전의 세계적 권위자로 산스크리트, 팔리어, 간다라어를 비롯한 인도 여러 고전어에 능통한 그는 오랫동안 낡은 학설로 취급돼 온 대중부와 대승불교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엄밀한 문헌고증을 통해 대중부와 대승불교 문헌의 밀접한 관련성을 증명하고, 대승불교가 대중부에서 기원했음을 재주장함으로써 세계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성철 금강대 HK교수는 “대승불교의 기원론에 대한 논쟁은 대승불교의 정체성을 둘러싼 핵심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다”며 “이들 학자들의 강연은 치열한 학문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64호 / 2014년 10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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