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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물그릇

고따마 붓다, 곧 석가모니 부처님께는 아드님이 한 분 계신다. 아드님의 이름은 라훌라(Rahu-la)이다. 경전에서는 라훌라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태자였던 고따마는 출가한다. 그리고 다시 부자가 만난 것은 부처님께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성취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가 된다. 당시 라훌라의 나이는 문헌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7-8세 정도 되었다고 한다.

거짓말 일삼고 있는
덕성없는 삶 천박해
자신 돌아보게 하는
부처님 말씀 따라야

부처님께서 고향을 방문하고 난 뒤, 석가족의 왕자들이 출가하게 된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라훌라이다. 주석서에서는 라훌라가 7세 때 사리뿟따 존자를 스승으로 출가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라훌라는 곧잘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라훌라에게 부처님께서는 물그릇을 비유로 가르침을 주시게 된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라훌라를 찾아가셨는데, 라훌라는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발 씻을 물을 준비하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발을 씻으시고 물그릇에서 물을 조금 남겨 놓으시고 라훌라에게 말씀하신다.

““라훌라야. 너는 물그릇에 물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라훌야.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와 같이 적다.” 부처님은 남아 있던 물을 모두 버리고 다시 말씀하신다. “라훌라야. 너는 물그릇에 남아 있던 물이 버려진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을 이와 같이 버려진다.””(Majjhima Nika-ya, Ambalat. t. .hika-ra-hulo va-dasutta 중에서)

위의 인용문은 ‘암바랏티가에서 라훌라를 가르치신 경’으로 번역되는 경전 일부이다. 거짓말 하던 7세 어린 라훌라를 위해 부처님께서 그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침을 설하신 것이다. 어린 라훌라는 이 가르침을 받고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된다. 사적으로는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천신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스승이신 분의 자애로운 가르침이 개구쟁이이자 말썽꾸러기였던 라훌라를 크게 일깨운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이전에 했을 수도 있고, 지금 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앞으로 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혹은 남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때로는 장난삼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장난삼아 하는 거짓말이라도 반복되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더 이상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혹은 남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주는 폐해는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이러한 거짓말은 아니라 일반인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상대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나중에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부처님께서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듯이, 거짓말은 물그릇에 남아 있던 조그마한 덕성마저도 잃게 만든다. 덕성은 우리가 소중히 키우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지닐 수 없는 품성이다. 우리가 덕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노력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갖추지 못하는 것이니, 부끄러움도 모른 채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은 제 아무리 지위가 높다 해도 갖출 수 없는 덕목이다. 덕성이 없는 삶은 천박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물그릇을 걷어차듯, 덕성을 걷어차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64호 / 2014년 10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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