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감정과 갈망
36. 감정과 갈망
  • 인경 스님
  • 승인 2014.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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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 뒤에는 갈망 도사려 있어

감정은 분노나 불안, 혹은 우울과 같은 정서적인 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갈망은 본인이 원하는 가치, 욕구 등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무엇인가를 원하지만 그것을 이룰 수가 없다면, 그는 좌절감이나 분노 혹은 슬픔 등을 느낄 것이고 반대로 그가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면 기쁨과 함께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것은 곧 감정과 갈망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는 한 개인의 삶 결정
자신을 그대로 수용해야
방향 일치하는지 평가하고
현실에 맞는 행동 필요해


인간의 감정과 그에 따른 갈망은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 몇 가지 나열해보자. 우선적으로 분노는 무엇인가를 강력하게 원했지만 그것을 성취하는데 방해를 받을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러기에 분노는 그 대상이 분명하다. 사랑을 원했지만 그것을 주지 못한 부모를 향할 수도 있고, 승진을 원했지만 그것을 방해한 동료를 향한 분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불공평함에 대한 저항을 방해할 때 더욱 강력하게 생겨날 수도 있다.

불안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찾아오며, 대체로 미래에 대한 예측과 연결된다.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은 ‘~일 것 같은’ 부정적인 느낌으로 문득 찾아온다. 이런 기분은 대부분은 불쾌한 느낌들이다. 가까운 미래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다. 그것은 미래의 위협감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식이 곤두박질한다든지 아니면 미래에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느낌은 불안감을 준다. ‘이제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 무엇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 불안해진다.

우울감정은 어떤가?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서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면 일차적으로 화가 나고 시간이 지나며 슬퍼진다. 슬픔이 화보다 더 깊은 감정이다. 화는 외적인 대상을 향하지만 슬픔은 대체로 자신과 관련된다. 타인에 대해 연민과 함께 슬퍼진다. 분노가 공격적인 마음이라면 슬픔은 대상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특히 슬픔은 자기 자신과 관련된 평가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감히 내게 그럴 수가 있어!’ 이러면 화가 난다. 그러나 ‘그때 참 나는 바보였지!’ 하면 화도 나지만 우울해진다. 불안이 보다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면, 우울 감정은 과거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감정 가운데 분노, 불안, 우울의 감정은 기쁨과 함께 인간의 대표적인 감정이 아닌가 한다. 이들 감정들은 그 밑바닥에는 갈망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행동은 감정에 기초한 경우가 많고,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갈망에 의존되어서 생겨난다. 저 유명한 파브로브 개의 경우도 보면, 개에게 밥을 주면서 종을 계속치면 나중에는 종소리만을 듣고서도 침(감정)을 흘리게 된다. 다른 개들은 냄새를 맡으면서 침을 흘리지만 파브로브 개는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린다. 이것을 ‘조건화’라고 하고, 혹은 ‘학습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에게 음식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종소리를 듣고서 침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침을 흘리는 중요한 요인은 종소리보다는 오히려 갈망이다. 마찬가지로 감정의 발생에는 갈망의 유무가 깊게 관여되어 있다.

무엇가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가치, 혹은 동기라고 부른다. 갈망이나 동기는 일반적인 명칭이고, 가치는 보다 목표지향적인 이름이다. 내가 만약에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그것은 내게는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원하고, 그 원하는 것에 의해서 사회적인 가치가 결정된다. 가치는 한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를테면 여기에 자신이 좋은 아빠가 아니라고 하면서 괴로워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첫 번째 단계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이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만약에 당신에게 그런 갈망이 없었다면 당신은 어떤 고통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절망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림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 자기 자신의 행동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과 일치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실에 맞도록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4호 / 2014년 10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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