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 종교지도자들의 행적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즉 구원파 유병언 회장의 객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그리고 용화선원 송담 스님의 조계종 탈종이다. 이 비상한 행적들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지난 4월 유병언 회장이 소유한 세월호가 진도 근처에서 침몰하여 3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자 그는 책임을 면하려고 도주하였다. 그를 검거하기 위하여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였으나 실패했고 그는 7월 순천에서 객사한 노숙자로 발견되었다. 그의 사망으로 그가 교묘하게 은닉한 천문학적 재산을 회수할 길이 막막해져 버렸고 세월호 참사의 수습에 필요한 수천억 원의 비용은 결국 온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한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를 극단적인 정쟁으로 몰아가 지난 수개월간 국회의 입법 활동이 마비되어 버렸다. 법망을 피하려던 유병언 회장의 도주로 우리나라가 입은 정치, 경제, 사회적 손상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아마 우리나라 종교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생각한다.
유병언 회장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그가 빚은 엄청난 비극은 종교를 돈을 버는 비즈니스와 결합한 데에서 기인했다.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1987년 오대양사건에 연루된 그를 법원은 ‘종교를 빙자한 사기범’으로 단죄하였다. 종교계가 아닌 세속적인 법원이 그의 정체를 정확히 밝혔다고 생각한다.
유병언 씨가 남긴 메시지는 무엇인가? 치부하는 어떤 행위도 종교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는 ‘돈 많은 사람이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부처님도 평생을 걸사(乞士)인 비구로 지냈다. 유병언씨는 참 종교지도자와 사이비 종교지도자를 구분하는 분명한 잣대를 제시했다. 치부하는 종교지도자는 사이비이고 세속적이고 종교를 빙자한 사기한이라고.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짧은 체류기간 중 수많은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유병언 회장은 고급 외제 승용차 벤틀리를 타고 야밤에 도주했으나 교황은 국산 소형 승용차 쏘울을 타고 대명천지에 수많은 환영객 속을 누볐다. 그가 종교를 초월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종교지도자로서 그가 보여준 매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검소하고 탈권위적이었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을 보듬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달 조계종의 대표적인 선승 용화선원의 송담 스님이 탈종하여 조계종이 휘청거리고 있다. 조계종은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스님의 결심이 확고하여 쉽지 않아 보인다. 송담 스님은 조계종이 일부 극소수 정치승들의 농단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락한 것을 보고 조계종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고 한다.
송담 스님의 조계종 탈종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첫째 이 문제를 조계종에 국한하지 말고 거시적으로 우리나라 불교 전체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스님의 탈종이 우리나라 불교의 전반적 진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계종이 우리나라 불교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둘째 불교의 사북은 인연법에 있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인연에 수순하는 도리 아닐까? 조계종은 송담 스님의 탈종을 막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종단내부의 타락과 부패를 척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모든 명리를 멀리하고 평생을 청정한 수행에만 정진한 송담 스님이 조계종에 주는 재앙이 아니라 큰 축복의 메시지 아닐까?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