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드레풍 사원
11. 드레풍 사원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4.10.13 17: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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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1만명 스님이 수행했던 티베트 최대 규모 사원

▲ 드레풍 사원은 ‘쌀더미’라는 뜻처럼 하얀 쌀포대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모습이다. 현재 드레풍 사원에서는 중국정부가 대대적으로 확장한 라싸 서쪽 신시가지를 바라볼 수 있다.

‘신들의 땅’ 라싸로 돌아왔다. 에메랄드빛 호수 얌드로쵸에서 고색창연한 갼체로, 그리고 판첸라마의 흔적 짙게 배어있는 시가체까지. 티베트가 히말라야 고원 곳곳에 아로새겼던 부귀와 영광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라싸와 마주한다. 며칠 전, 이곳에서 목격한 티베트인들은 냉엄한 현실에 억눌려 신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에는 굳건한 신심에서 비롯된 결연함이 가득하다. 무엇이 그들을 변화시켰을까. 아니, 순례자의 마음은 어떤 변화를 겪은 것일까. 사상이 침투하고 자본에 잠식당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히말라야의 미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 라싸를 장엄하고 있었음이라. 그 미래는 다름 아닌 티베트의 현실이요, 티베트인들의 삶이었다. 다만 무명에 잠긴 순례자의 눈과 귀로는 제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을 뿐. 이들이 수천 년 동안 품어왔던 신심의 씨앗은 눈부신 햇살과 광활한 자연을 자양분으로 다시금 찬란하게 피어나리라 믿는다.

1416년 잠양 초제 건립 직후
달라이라마의 집무 공간 역할
겔룩파 3대 사원으로 발돋움
한때 스님 1만명 거주하기도

대법당·승가대학 등 전각 많아
사원뒤편엔 높이42m 탕카벽도
‘쉐둔축제’에 매해 수십만 군집


라싸에 진입한 버스는 서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드레풍 사원에 도착한다. ‘쌀더미’라는 뜻의 드레풍 사원은 1416년 티베트 불교의 중흥조 쫑카파의 제자인 잠양 초체가 창건했다. 잠시 세력이 약해졌던 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발원을 담았다. 1464년 승원 건립을 계기로 급성장해 겔룩파 3대 사원 가운데 하나로 거듭났다. 이후 포탈라궁이 완공되기 전까지 달라이라마가 주석하며 티베트 종교·정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총 면적 20만㎡에 한때는 1만명이 넘는 스님이 거주하는 등 티베트 최대 규모 사원의 면모를 갖추기도 했다. 중국의 점령과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현재는 500여명만이 남았다.

드레풍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검문소 안 검색대에 짐을 집어넣는다. 공안들이 다가와 몸을 훑는다. 삼엄한 눈빛이 순례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 느닷없음에 몸이 얼어붙는다. 티베트에서 부처님을 찬탄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옷가지와 가방 속을 털어 불온한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티베트 도착 후 여러 차례 경험했기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한 과정 역시 순례의 일부분이라 여기며 공안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

검문소를 나서 사원 옆 오르막길로 이동한다. 드레풍 사원의 해발고도는 3800m에 이른다. 라싸보다 150m 높다. 천천히 오르려 해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고소증세가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다. 들숨이 짧아지고 날숨은 길어진다. 납덩어리를 끌고 가는 듯 다리가 무겁다. 히말라야에서 무엇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풀 하나가 소중하고 구름 한 점이 귀하다. 물 한 방울, 산소 한 줌에 온 우주 생명이 매달려있다. 생명이라는 것이 이처럼 가느다란 것을, 붙잡기 위해 몸부림치며 단지 살아내기 위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드레풍 사원 오르막길 어귀, 희박한 산소에 가쁜 호흡을 내쉬며 상념에 잠긴다.

▲ 물이 흘러 마니차를 돌리고 있다.

기념가게와 식당이 늘어선 길 끝에 마니차가 설치돼 있다. 그 가운데 물레방아처럼 물의 힘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놓은 마니차가 눈에 띈다. 물은 쉼 없이 흐르며 경전을 담은 황금빛 통을 돌리고 있다. 저 안에는 어떤 염원이 담겨있을까. 마니차를 돌린 순례단은 잠시 길에서 벗어나 근처 요사채로 들어간다. 드레풍 사원은 문화혁명 기간 동안에도 거의 파괴되지 않아 창건 당시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수공사가 없었던 탓인지 곳곳이 폐허가 돼 있었다. 순례단이 방문한 요사채 역시 칠이 벗겨지고 돌담이 무너져 이들의 궁핍한 살림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 곳곳에서 폐허로 남은 전각들을 볼 수 있다.

▲ 사원을 창건한 잠양 초체를 그린 불화.

드레풍 사원 옆 오르막길을 중간쯤 오르자 돌에 그려 넣은 불화가 보인다. 드레풍 사원을 창건한 잠양 초체와 세라 사원을 창건한 샤카 예쉐의 모습이다. 3등신에 가깝게 그리고 알록달록하게 채색했기에 장엄하다기보다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불화를 그린 돌 아래까지 올라가니 드레풍 사원과 라싸 서쪽 신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신시가지는 중국정부에 의해 한족의 주거지로 조성됐다. 높게 치솟은 아파트와 곧게 뻗은 도로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드레풍 사원은 중국 여느 중소도시와 다름없는 무미건조한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거대한 탕카벽. 매년 이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조금 더 올라가자 거대한 탕카벽이 나온다. 티베트력으로 6월30일 드레풍 사원에서는 ‘쉐둔 축제’가 열린다. 여름 한 달 동안의 안거가 끝나면 신도들이 요구르트와 음식을 공양 올리는 연회를 개최한 것에서 비롯됐다. 축제 기간 동안 드레풍 사원에 걸어놓는 탕카는 높이 42m에 폭 37m에 달한다. 매년 수십만 명의 티베트인들이 축제기간이 맞춰 이곳을 찾는다 하니, 탕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장관일 것이다.

▲ 1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법당 촉첸.

탕카벽 건너편 작은 문을 통과해 드레풍 사원으로 진입한 순례단은 대법당인 촉첸으로 향한다. 촉첸은 드레풍 사원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지면적은 4500㎡다. 최대 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내부에는 석가모니불과 미륵불, 쫑카파, 13대 달라이라마, 사원의 창시자인 잠양 초체의 존상 등이 모셔져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상과 존상이 모셔진 포탈라궁 내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측면의 나한전에는 나한상과 드레풍 사원에 주석했던 활불들의 존상이 있다. 또 티베트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주방도 있는데 당시 사용하던 솥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만큼 거대했다고 한다. 촉첸의 화려한 모습에서 드레풍 사원이 한때 티베트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드레풍 사원에는 촉첸 외에도 달라이라마가 정무를 봤던 간덴 포트랑과 승가대학인 낙파 트라창, 로셀링 트라창 등 대규모 전각들이 많다. 간덴 포트랑은 7층 건물로 저장고와 스님들의 숙소, 달라이라마의 궁전과 법당, 침실이 있다. 낙파 트라창은 라싸의 유수한 승가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일종의 관문이었고, 로셀링 트라창은 드레풍 사원 내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6000명 이상의 스님들이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로셀링 트라창 주전에는 5·6·7대 달라이라마 존상과 1000여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 마을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골목길.

다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촉첸을 나와 드레풍 사원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이내 요사채에 둘러싸여 방향을 잃는다. 이곳은 사원이라기보다 차라리 마을에 가깝다. 길은 미로처럼 이어지며 순례자를 자신의 품에 가둬두려 한다. 골목을 돌아 또 다른 골목과 마주한다. 순례자를 에워싼 요사채 하얀 지붕이 하늘을 가린다. 걸어도, 걸어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의 돌담을 더듬으며 가야 할 길을 헤아린다. 서두를수록 멀어지니 느긋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1만명 넘는 스님들은 이 길을 따라 촉첸으로 향했다. 길은 분명 기억하고 있다. 순례자를 애써 놓아주지 않는 것은 그 뜨겁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문득 조계종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의 법문이 떠오른다. 조금 전, 탕카벽 위 언덕에서 스님은 “괴로움이 있어 무상하고, 무상하면서 괴로우니 오직 부처님 법을 따라 윤회의 사슬을 벗어 영원한 행복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또 “우리 모두는 몸을 바꿔가며 여러 번의 삶을 살았으며 과거 어느 시기에는 이곳 라싸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드레풍 사원을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이 길을 그 언제 밟았던가. 길가에 핀 꽃들의 소담한 모습을 담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드레풍 사원 입구에 도착했다.

라싸=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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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4-10-15 17:18:24
대한불교 조계종 만세!!!
부처님의 은혜는 바닷물을 모두 마시고
우주를 헤아린다 해도
그 공덕을 다 말할 수 없네.
생각으로 헤아려 모든 수를 다 안다 해도
모든 바닷물을 다 마신다 해도 허공을 가히 헤아려 묶고 엮는다 해도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은 능히 말할 수 없네.
거룩한 불성에 경배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