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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감정과 생각

기자명 인경 스님

생각과 감정은 삶에서 다양한 모양 만들어내

감정과 생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변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감정이 바뀐다.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는 내용이다. 상대방에 대해서 호감을 갖는 경우에 그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비호감일 경우는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부정적인 판단을 하기가 쉽다.

명상일지 반복적으로 작성해
자신의 내면 자각 연습 필요
스스로 관찰하는 방법과 함께
집중명상·현실상담 병행해야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에게 특정한 신체부분에서 어떤 불쾌한 느낌이 감지되면, ‘이것은 어떤 병을 가졌기 때문이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생각이 또 하나의 원인이 되어서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가 있다. 이렇게 감정이나 느낌은 생각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생각은 다시 느낌과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 어떤 강사가 강의를 하는데 몇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행동주의자라면 강의실 밖으로 나가는 이들의 행동이 강사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었다고 이해할 것이다. 반면에 인지치료자들은 강의 중에 밖으로 나가는 그 행동보다는 그 행동에 대한 해석이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석한다. 그러면 강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 강의가 별로 재미가 없는가.’, ‘바쁜 일이 있나 보다.’, ‘사전에 왜 말하지 않았지.’, ‘강의 중에 나가는 일은 예의가 없는 일이지.’, ‘화장실 가나보지.’

물론 강의 중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이들 가운데 어떤 한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들 생각 가운데 어떤 생각을 했는냐에 따라서 강사가 느낀 감정은 달라진다. ‘내 강의가 별로 재미가 없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강사는 부담감과 더불어서 급격하게 의욕을 상실하거나 우울을 느낄 수가 있다. ‘바쁜 일이 있나 보다’, 혹은 ‘화장실에 가나보지’ 이렇게 생각했다면 조금 더 편안함을 느꼈겠지만 반대로 ‘사전에 왜 말하지 않았지’ 혹은 ‘강의 중에 나가는 일은 예의가 없는 일이지’ 이런 생각을 했다면 불쾌감과 더불어서 약간의 화가 생겨날 수도 있겠다.

이처럼 생각과 감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 삶의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마음현상의 일부이다. 이런 현상 속에서 우리는 기뻐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감정과 생각들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좋겠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생각, 갈망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 생각이나 갈망에 끌려 다닌다. 그런 까닭에 이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위해서 ‘명상일지’를 반복하여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명상의 일차적인 출발점은 바로 이런 마음현상을 분명하게 알아차림 하는 자각연습이 가장 기본적인 훈련 과정이 된다. 상담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에서도 이런 마음현상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내담자의 이런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 상담자는 마음의 현상을 자각하고 경청하는 연습은 필수적인 항목이 된다.

그런 다음에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알아차림을 했다면 지켜보기를 해야 한다. 그것들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머물다가, 사라져 가는지를 지켜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은 쉽지가 않다. 계속적인 명상의 훈련으로 선정의 힘을 가진 이들은 가능할 것이지만,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하는 힘이 약한 이들은 먼저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방법과 더불어서 집중명상을 배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갈망이 무엇이고,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방식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실 문제는 가치의 문제로서 단순하게 명상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은 확실한 현실이고 상담적인 요소이다. 명상만 고집하는 이들은 삶을 합리적으로 경영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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