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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일주문 보물급…국일암 인법당은 국내 最古 추정”

  • 교학
  • 입력 2014.10.17 22:41
  • 수정 2014.10.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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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문화부 전통사찰 전수조사 현장

올해 경남권 사찰 141개 대상
건축물·식생·토지 등 집중조사

고성 옥천 적묵당을 비롯해
보존 가치 전각들 다수 확인

사찰 식생 전면조사도 처음
역사성 등 보존가치 크지만
무관심·방치에 죽어가기도

▲ 조계종 문화부 전수조사팀이 합천 해인사 말사인 희랑대의 건축과 식생 등을 조사하고 있다.

10월15일, 합천 해인사 백련암. 조계종총무원 문화부에서 파견된 6명의 전통사찰 전수조사팀(책임연구원 홍병화) 연구자들이 경내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오늘 중으로 희랑대와 지족암까지 조사를 모두 끝내야하기 때문이다. 건축물 담당 조사자들은 전각들의 특성을 비롯해 용도, 건립연대, 규모, 평면형태, 보존상태, 보존가치를 일일이 파악하는 동시에 직접 평면도를 작성하고 있었다. 다른 조사자들은 백련암 경내와 주변의 수목들을 찾아다니며 나무의 수령과 수종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백련암에서 주목할 것은 일단 원통전과 좌선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현상변경이 있었지만 지금 보다시피 원형이 잘 남아있는 상태여서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습니다. 또 백련암 입구의 느티나무는 수령이 400~500년은 된 것으로 보이며, 좌선실 앞에 있는 백송도 수령이 100년은 된 것으로 당시에 무언가를 기념해 심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님들께 물어보고 보다 세밀한 문헌조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통사찰 전수조사팀을 이끌고 있는 홍병화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올해부터 4년간 수행하고 있는 전통사찰 전수조사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찰에 소장된 지정·비지정 불상, 불화, 공예, 전적류 등에 대한 기본 자료는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한 한국사찰문화재 일제조사사업을 통해 상당히 구축됐다. 그러나 전통사찰의 건축물, 소유 토지, 식생 등 부동산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전각들이나 보호수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급격히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잦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는 했다.

▲ 해인사 백련암 입구의 느티나무를 조사하는 조계종 문화부 전통사찰 전수조사팀.

이런 가운데 총무원 문화부가 실시하는 이번 전수조사는 전통사찰을 효과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전국 942개 전통사찰 가운데 부산, 울산, 경남지역 사찰 141개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주요 조사 대상인 건축물의 경우 비지정 문화재를 중심으로 보존상태 및 보존가치를 꼼꼼히 파악하고 있다. 최근 지어진 건물은 전통사찰 경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올해 조사결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보존가치가 큰 건축물들이 다수 확인됐다. 고성 옥천사 적묵당은 19세기 건립된 것으로 대중생활에 적합하게 확장된 대형요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부산 범어사 종루는 18세기 세워진 것으로 조선후기 야외의식에 필요한 대형 종루의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기둥하부가 부식되고 앙토(仰土)의 탈락이 진행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인사 일주문은 20세기 초반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양식적인 특징 등을 재검토한 결과 15세기 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통도사 극락암 삼소굴은 요사로서는 작은 편이지만 단출한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인사 국일암의 법당은 임진왜란 이후 중창된 것으로 비록 수리 흔적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형태의 인법당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새로운 사실들은 전각들의 현황 파악은 물론 향후 보존에도 긴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계종 문화부 전통사찰 조사팀이 백련암 원통전을 조사하고 있다.

전통사찰 전수조사팀의 사찰식생 조사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사찰림이나 노거수, 조경과 같은 전통사찰 식생이 포괄적으로 조사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조사에서도 새로운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다. 밀양 표충사에는 옛 영은사 당시 피리를 만들기 위해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나무림(솜대)이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이 대나무림은 방재림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등 역사적·기능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지만 현재 왕대와 찔레가 유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해 용문사 염불암 은행나무는 수령이 350~400년으로 일대 은행나무 노거수 중 가장 오래됐으며, 용문사 백련암 단풍나무는 수령이 250년 이상으로 유전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 용화사 산철쭉은 주불전을 장엄하고 있었지만 현재 다른 곳으로 이식돼 서서히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식생 조사를 담당하는 홍희택 연구원은 “나무는 사찰조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없어 효과적인 보존이 이뤄지지 못했었다”며 “이번에 직접 사찰들을 다니며 조사하다 보니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실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사찰 전수조사팀은 올해 경남 지역에 이어 2015년에는 광주, 강원, 전북, 전남, 제주지역 273개 사찰, 2016년에는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지역 276개 사찰, 2017년에는 서울, 대구, 경북지역 252개 사찰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그동안 사찰 전각이나 식생, 담장, 석축 등에 대한 부분적인 조사는 있었지만 전면적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조사결과는 전통사찰을 보전하고 계승 관리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천 해인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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