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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외면 받는 조계종

“현실정치보다 더 혼탁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대중들이 종단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 중견언론인의 조계종에 대한 진단이다. 지난 7월 개혁불사 20년을 맞아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였다. 그는 “비구를 제외한 구성원이 배제되고 돈과 권력을 틀어쥐려는 모습들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서 종단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해졌다”며 “종교적 권위의 확보·창출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언론인의 걱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조계종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조계종의 뿌리이기도 한 선학원 분종사태가 벌어졌다. 종단과 갈등을 겪던 선학원은 끝내 독자적으로 사찰 등록과 승적 업무를 시작했다. 선학원 이사장 스님은 ‘멸빈’되었다. 경허, 만공, 전강으로 이어지는 정통 선맥을 이어받아 선 수행의 상징성을 지닌 인천 용화선원 원장 송담 스님이 탈종했다. 공교롭게도 송담 스님이 회주인 제2교구 본사 용주사 주지 선거의 후유증도 있다. 주지 선거에서 수원사 주지 성관 스님이 떨어진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원사 주지가 바뀌자 신도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제16대 종회의원 선거를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재가단체가 종단 안팎에 물의를 일으킨 부적격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폭행 및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님, 밤샘 술판으로 승가와 불교의 명예를 실추한 스님, 폭력행위로 형을 선고받았거나 국고보조금을 유용해 논란을 일으킨 스님, 재단 지원금을 전용해 수사를 받고 있는 스님이 종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구니 스님들도 비구니 종회의원 후보선출이 무효라 주장하면서 비구니 운영위원장 계환 스님의 사퇴를 요구했다.

제16대 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무원에서도 종회에서도, 문중이나 종책 모임에서도 쉬쉬하고 넘어갔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자칫 종단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들이다. 재가단체(‘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가 지적한 것처럼 송담 스님을 탈종으로 몰아간 종단정치의 폐해를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종단 행정의 경직성과 관료화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수원사 주지를 본사인 용주사 주지가 임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십년 가까이 모범적인 도심포교로 교세를 확장한 주지를 선거가 끝나자마자 교체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었는가. 불교는 자비문중이며 대화합의 교단이라며 1994년 멸빈자를 포용하자는 원로의장인 밀운 스님의 호소는 왜 무시당하고 있는가. 이처럼 조계종이 흔들리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 지금은 선학원의 분종과 송담 스님의 탈종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가리는 게 중요하지 않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두들 함께 고민하고 쇄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먼저다.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을 비롯한 일부 스님들이 기자회견에서 송담 스님의 탈종 철회를 요청했지만 보다 절실한 것은 종단 집행부의 노력이다.

올해는 불교의 자주성을 해치고 종권을 멋대로 휘두르던 권승의 무리를 사부대중의 힘으로 몰아낸 개혁불사 스무 해가 되는 해이다. 종단 운영의 틀을 민주적·합리적으로 바꿔나가면서 자율성도 확대되고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 성과도 많았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여야 한다, “불교는 정화할 수도, 개혁할 수도 없다. 오로지 사부대중이 정화되고 개혁되어야 한다. 부처님과 조사들이 우리에게 펼쳐 보인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불교적 정화요, 개혁이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의 말을 이정표 삼아 개혁불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 nurisonh@gmail.com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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