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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탈동일시

기자명 인경 스님

명상은 동일시 현상 벗어나는 창조적 활동

명상의 심리치료적 효과를 설명할 때, 탈동일시, 탈융합, 탈중심화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탈동일시는 정신분석 전통에서, 탈융합은 수용전념치료에서, 탈중심화는 인지행동치료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들 용어는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동일시는 특정 이미지에
지배받는 심리적인 현상
사회적응 등 도움 주지만
집착과 고통스러움 원인

탈동일시란 용어는 ‘동일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서, 영어 ‘Dis-identific ation’의 번역어이다.

‘identification’란 ‘신분증’, ‘신원 확인’이란 뜻이다. 신분증은 관계된 현존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증명할 때 사용한다. 심리학에서는 동일시를 다른 사람의 존재나 행동을 자기 자신과 동일하게 여김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청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스포츠 스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머리나 옷차림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즐거워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이러한 행동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의 행동을 모델링함으로써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서는 외적인 대상보다는 동일시를 내적인 마음현상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동일시와 탈동일시를 심리치료의 중요한 기술로 사용한 인물은 이탈리아의 정신분석 심리학자 아사지오리( Roberto Assagioli, 1888~1974)이다.

그에 따르면 동일시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대상이나 인물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생겨난 자기 이미지이다. 이런 동일시된 이미지들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역기능으로 작동하면서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정적인 낡은 이미지를 떨쳐내고 새롭고 건강한 이미지를 내면에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낡은 이미지는 새로운 이미지에 통합되는 것이고, 이런 과정을 성장 혹은 심리치료라고 부른다.

동일시는 특정한 이미지에 지배받는 심리적 현상이다. 어떤 개인이 자신의 마음현상과 동일시하면 그는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하여 적응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로 인하여 상당한 수준의 고통을 받을 수가 있다. 불교심리학으로 동일시 과정을 설명해 보자. 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에서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보라. 그러면 고통과 액난을 벗어난다(照見 五蘊皆空 度一切苦厄)’는 구절은 매우 적절한 경구이다.

여기서 오온이란 우리의 감정이고 생각이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그것이 나라고 집착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자기 이미지에 갇혀있는 한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말하자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착되었다면, 그는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소유[我所]라고 믿고 있고, 나아가서 그 감정과 생각은 바로 자신[我]이라고 믿는다면, 이것은 분명하게 ‘동일시’ 현상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나는 존중받아야 해’라는 생각에 깊게 빠져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자기에 대해서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그때마다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생각에 동일시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동일시 현상은 일상의 삶에서 매우 자주 목격한 현상이고, 특정한 현상에 우리가 지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동일시 현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탈동일시’라고 말한다. 고통에서 벗어남, 탈동일시는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적으로는 동일시된 현상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동일시 현상을 발견해냈다면, 그것을 교정하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전의 낡은 이미지를 새로운 자기 이미지로 교체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작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현상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조견(照見)의 연습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동일시 현상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서 탈동일시 현상을 생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창조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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