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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아버지와 아들로 살아가기

기자명 이병두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 / 안인희 편역 / 휴머니스트

▲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다른 가족관계에 비해 훨씬 더 폭발적인 사회·정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상의 여러 인간관계 중에서 피(유전자)를 나눈 아버지(어머니)와 아들(딸) 사이보다 더 가까운 곳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였던 영조와 그 아들 사도세자의 경우와 같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면서 아주 극단으로까지 치달았던 사례는 동서양 역사에 숱하게 많았고, 가까이는 1995년 초 대학교수 아들이 재력가 아버지를 무참하게 살해한 일도 있지 않았던가.

안인희는 말한다. “아들이 자라서 아버지에게서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내면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거나, 아버지 쪽에서 아들의 권리를 인정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사정으로 적절한 시기에 아들의 분리·독립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감추어졌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부자(父子) 갈등은 정치나 경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가정이 겪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가족의 경우에는 이것이 더욱 크게 드러날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경우 그 “위대한 아버지의 그늘에 가린 아들이 자기 위에 드리운 아버지의 그림자를 뛰어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천재 음악가’라는 찬사를 듣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그의 “음악적 천재성이 어린 시절 잘못된 교육을 통해 일그러지지 않고 위대한 발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교육자였던 아버지 덕분”이지만,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성장한 아들을 놓아 보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아들의 독립과 성숙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다가 “아들과의 관계에서 실패했다.”
모차르트의 경우와 달리, 독일의 문호 괴테의 아들 아우구스트 괴테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죽어서도 이름을 잃고 괴테의 아들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고,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지, 스스로 성공한 인물이 아들을 위해서도 균형 잡힌 아버지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철혈(鐵血)재상이라는 별명으로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프러시아제국의 비스마르크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렸고, 어린 자녀들에게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였다. 그래서 자녀들은 비교적 훌륭하게 자랐다.” 그러나 그의 아들 헤르베르트는 어른이 되고 난 다음에도 그저 ‘비스마르크의 아들’이었을 뿐이다. 이처럼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  노릇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들은 한편으로는 항상 아버지와 비교를 당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위치를 배려한 사람들로부터 지나치게 너그러운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아버지와 아들로 화목하게 살아간다’는,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이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지도 모른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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