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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관광산업의 블루오션 ‘불교성지’를 가다 - 下

  • 동행취재
  • 입력 2014.10.21 10:35
  • 수정 2014.10.21 10:44
  • 댓글 1

깨달음의 땅이 주는 감동 ‘공정여행’개발로 이어지길

▲ 마하보디사원의 웅장한 대탑 주변으로 모여 든 전 세계의 불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를 올린다.

가야공항에서 40여분을 달려 보드가야에 들어서자 3세기 경 아쇼카왕이 세웠다는 52m 대탑 꼭대기가 멀리서부터 보였다. 보드가야는 성도의 땅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곳이기에 인도 불교성지 가운데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이를 기념하며 아쇼카왕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보리수 앞에 대탑을 세우고 사원을 지었다. 이를 보기 위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에 대탑이 있는 마하보디사원은 어찌보면 인도에서 가장 관광지다운 관광지다. 인도를 방문하는 불자들의 대부분이 이곳을 방문하기에 하루 20시간을 개장하지만 안에서 밤을 새는 신도도 많아 24시간 개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드가야 대탑서 만난
각국 순례객들의 기도
모습 달라도 신심은 하나

불교유적 순례 참뜻은
붓다 가르침 따르는 여정

환경보존·지역경제 도움 될
새 루트 개발 관심 높아져

보리수를 품은 마하보디사원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웅장한 사원이지만 무료입장이다. 가이드인 손제이씨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투로 “왜 돈을 받지 않냐?”고 물으니 “전 세계 사람들이 마음껏 둘러볼 수 있어야지요”라고 답하곤 내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웃는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면 입장료로 생기는 수입이 만만치 않을텐데, 아직은 돈 욕심을 내지 않는 이들을 순박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 같다고 해야 할지. 마하보디사원으로 들어가는 길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서 구걸하는 아이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차라리 입장료를 받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한다면 마하보디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 장엄한 분위기를 내뿜는 보리수 앞에서 법회를 봉행했다.

사원에 들어서자 웅장한 대탑 주변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법회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각 나라의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화려한 조명으로 더욱 빛나는 대탑과 보리수를 앞에 두고 적갈색과 노란색 관복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도 일년내내 펼쳐지는 법회를 참관하기 위해서라는 손제이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순례 마지막날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를 물으니 대부분의 대회 참가자들이 마하보디사에서의 법회를 꼽았다. 성스러운 분위기에 흠뻑 젖었고 다양한 나라의 방문객들의 기도방식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이유다. 온 몸을 땅에 던져 오체투지를 하는가 하면 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든 이도 있었다. 대승불교와 상좌부불교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나라마다 사람마다 예불 방법도 매우 달랐다. 대만 여행기자 쿠오씨는 “각각 모습은 다르지만 깨달음의 길을 따라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 감동을 글로 엮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른 새벽 보드가야 서쪽을 흐르는 니란자나(Niranjana River) 강변을 따라 달렸다. 니란자나 강은 부처님 경전에 등장하는 니련선하다. 한 시간쯤 달리자 건너편에 전정각산(前正覺山)이 보이기 시작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 오른 산이라 하여 이같이 불린다. 전정각산은 수자타 마을 북동쪽에 위치해있다. 수자타는 6년간의 고행을 그만두고 니란자나 강에서 목욕을 마친 싯다르타에게 우유죽을 공양한 장님 처녀다. 당시 싯다르타는 극한 고행으로 배와 등가죽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수자타의 우유 공양으로 싯다르타는 원기를 회복했고 수행에 있어 고행이 답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전정각산 위에서 바라본 JTS의 수자타 아카데미.

현재 수자타 마을에는 법륜 스님이 이끄는 JTS가 불가촉천민들을 위한 무료 교육시설 수자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산골짜기 동네에 한국어가 정확히 적힌 건물을 보자니 다른나라 참가자들 사이에서 왠지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 성도 전 싯다르타가 그림자를 남긴 유영굴 안.

원기를 회복한 싯다르타가 걸어 올랐던 바위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깨달음의 장소로 부적절하다는 뜻이었을까. 싯다르타가 이곳에 오르자 바위산이 마구 흔들렸다. 마을로 내려가려는 싯다르타 앞에 동굴 속에 살던 용이 나타나 떠나지 말 것을 간청했고 싯다르타는 용을 위로하며 자신의 그림자를 남겨주고 이 산을 떠났다. 그래서 유영굴(留影屈)이라 불리는 이 동굴은 현재 티베트 스님들이 관리하고 있다. 동굴 옆으로 작은 사원 곳곳에는 달라이라마 사진이 붙어있다. 산에서 내려온 싯다르타는 이후 니란자나 강을 건너 현재 마하보디사에 자리한 보리수 아래로 자리를 옮겨 선정에 들었다.

두세 사람이 앉으면 꽉 찰 것만 같은 유영굴 안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봤다. 숨이 멎을 만큼 가슴이 차온다. 이는 텁텁한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싯다르타가 오랜기간 머무른 곳은 아니었지만 그 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동굴에서 나오던 한 스님은 “오늘날 사람들은 종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직접 와서 그 기운을 느끼니 종교의 고고함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라며 감동을 전했다.

 
이 산을 떠날 때 얼마나 미련이 많았으면 그림자를 남겼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부처님이 성도하신 부다가야만을 찾고 그곳만을 신성시한다. 하지만 이 장소에 와보니 깨달음이 있기까지의 과정들이 절절히 와 닿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장소를 중시 여겨 절과 학교를 만든 정토회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여행 기획자로 인도를 수십번 방문했지만 유영굴에 처음 와봤다는 독일인 라이너씨의 얼굴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 그는 “새로운 루트 개발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돈다”며 “전정각산에서 니란자나 강을 건너 보리수까지 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싯다르타가 지나간 그 길을 다시 밟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의 길을 걷는 순례는 단순히 관광지만 돌았던 여행과는 다른 고차원적인 여행이 될 것”이라며 “자연 환경을 헤치지 않으면서 수자타 마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행을 고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불교대회에 참석한 전세계 여행 기획자들은 마지막날 인도불교유적에 감탄하며 “공정여행을 통해 인도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강제쇼핑으로 얼룩진 여행에서 지역에 최선의 기여를 다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여행기획자 라이너씨는 “부처님의 발자취가 곳곳에 스며있는 인도가 너무나 성스럽다”며 뉴델리에 도착한 다음날 ‘세상을 바꾸는 여행자’를 꿈꾸며 홀로 보드가야로 되돌아갔다. 그는 “인도 현지문화와 사람이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주고 인도에는 고른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인도 보드가야=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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