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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의원 당선자 스님들께

기자명 퇴휴 스님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10월16일 끝이 났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가려졌는데 묵직한 납덩이를 가슴에 안고 있는 기분이다. 당선자에게 편하게 축하를 해 주지도, 당선자도 마냥 축하만 받을 수도 없는 이상한 선거였다. 너무도 많은 대가를 치룬 상처투성이의 당선이었다. 당선의 기준이 오직 돈에 의해서 좌우되는 선거라는 것을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불법이 광범위하게 치러졌는데도 누구하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없다. 조계종의 현실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소연과 한탄만 하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출가자로서 조계종의 밥을 40여년이 넘도록 먹은 사람으로서 무너져 내리는 조계종에 작은 희망이라도 보태고자하는 심정으로 과제를 몇 글자 적어본다.

첫 번째로 금권선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현실은 조계종이 반드시 해소해야 할 선결과제다. 선출직 중앙종회의원은 선거인 1인당 얼마를 써야 당선된다거나 직능직은 얼마를 써야 당선된다는 말이 이번 종회의원 선거에서도 떠돌았다. 해당 교구와 종단의 변화를 위해 합리적인 종책을 제시하고 유권자에게 선택받기보다는 매수와 매표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종단의 선거풍토다. 두 번째는 후보자 자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의원을 폭행한 자,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자, 음주 등 승풍실추 사건에 연루된 자, 부하직원 성희롱에 연루된 자들이 대거 16대 중앙종회에 진출한 사례에서 보듯 입후보자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 세 번째는 중앙종회의원 선출을 둘러싸고 난무했던 편법을 근절해야 한다. 모 본사의 경우 중앙종회의원 선거 직전 말사주지 임명을 서둘러 진행해 특정세력의 중앙종회 진출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샀다. 말사주지 품신에 대한 권한은 물론 본사주지에게 있지만 교구중흥과 포교·전법을 위한 말사주지 인사권 행사가 아닌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진출한 특정후보의 당선을 위해 인사가 진행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공권남용 사례에 해당된다.

네 번째는 종도들의 민의가 반영된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돼야 한다. 직할교구와 해인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 재적구성원 수에 관계없이 2명씩 중앙종회의원 수를 배정한 것은 평등선거에 위배되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각 지역의 인구수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는 등 국민들의 평등한 선거권 행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한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몇몇의 의지에 따라 비구니 종회의원 후보가 선출되는 등 “중앙종회의원이 종도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기 힘든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는 종단개혁 이후 선거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당선이 무효가 되거나 처벌 받은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종단 선거가 공정하고 청정하게 이루어진 반증이라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불법 선거에 대한 엄정한 관리능력의 부재와 종단 사법기구의 무능과 방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최종 책임자인 총무원장의 청정선거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허한 실없는 주장이라 폄하하지 말고 이제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 선거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께서는 불법적인 선거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종회의원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종단 내 만연한 금권선거의 적폐를 해소하고, 중앙종회의원 입후보자의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해 종단을 바로세우는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퇴휴 스님 toehyu@hanmail.net

[1267호 / 2014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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