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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게펠링 불교센터

탐욕·질투 털어내는 명상지도로 1년 만에 지역사회 정착

▲ 게펠링 불교센터의 불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틈틈이 지역을 위한 자원봉사도 함께 진행한다.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 속 섬들 중 제일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고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섬은 단연코 테네리페(Tenerife) 섬이다. 총 2034km²에 달하는 면적에 9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고도 3700m가 넘는 거대한 화산이 존재하고 아열대 기후로 천국 같은 섬이라고 불린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해변들과 그 해변을 동서남북으로 지휘하고 있는 거대한 화산의 절경 때문에 매년 평균 수 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휴양지다.

인도서 온 텐징 켄랍 린포체
스페인 테네리페 섬에 설립

지역축제도 적극 참여하며
마을 속에 깊숙이 자리잡아

지속적 명상·요가 강좌로
주민간 친목 화합 이끌어내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에 불교가 처음으로 들어온 때는 테네리페 섬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아데헤(Adeje)시 시청 안에 게펠링(Ghe Pel Ling) 불교 센터가 들어섰을 때부터다. 게펠링 불교 센터는 텐징 켄랍 린포체(Tenzing Khenrab Rinpoche)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됐다. 약 30여 년 전 인도에서 태어난 이 라마승은 4살이 되던 해 고인이 된 바로 이전의 린포체가 환생한 인물로 선택되었다. 그는 인도 남부 마이소르(Mysore)에 위치한 세라 제(Sera Je) 사원에서 오랜기간 불교 철학 연구에 전념했다. 그 후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게펠링 불교센터에서 소임을 맡았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도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불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훌륭한 강연을 펼쳐나갔다.

카나리아 제도에 게펠링 불교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 것은 약 1년 전이다. 이는 동양철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아데헤 시장 덕분이었다. 호세 미겔 로드리게즈(Jose Miguel Rodriguez) 시장과 텐징 켄랍 린포체는 이 곳에 불교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았다. 게펠링 불교센터가 개관하던 날, 흔치 않은 이국적 행사로 온 동네가 들썩이며 대규모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불자 프레가(Fraga)씨는 “아데헤 시뿐 아니라 테네리페, 나아가 카나리아 제도의 모든 섬에 사는 사람들이 불교의 긍정적 요소들을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즈 시장 역시 “동양에서 넘어온 세상 최고의 철학과 부처님 말씀이 아데헤 시민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구루 푸자(Guru Puja)’라 불리는 행사가 게펠링 불교센터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전통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적 에너지를 모두 모아 그 거대한 에너지로 각자의 마음과 머릿속에 있는 나쁜 생각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행사에 참가한 불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명상을 한다. 삶속에서 생긴 탐욕과 욕심, 질투와 원망을 털어내고 마음 속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구루 푸자 행사에 참여했던 스페인 불자들은 하나같이 “이 행사가 불자로서 한 걸음 발전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당에 모여 다같이 명상을 하던 순간, 이들은 그 어떤 때 보다 깊은 명상을 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깊고 강렬했던 명상 후 정신력이 그 언제보다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루 푸자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티베트어로 라마 치오파(Lama Ciopa)라 불리는 행사다. 죠그(Tzog) 의식 일종인 라마 치오파는 그 기원을 탄트라 불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카나리아 제도 이 섬 저 섬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행사 마지막 날, 자신을 불교로 입문하도록 지도해 준 스승의 죽음 후 그의 영혼이 환생한 아이를 찾아 세상을 여행하는 한 승려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다 같이 시청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10월의 셋째 주 텐징 켄랍 린포체는 마음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법을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정의한 ‘인간이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11월에는 우리가 살아가며 세상에서 피해갈 수 없는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명상을 통해 덜어나갈 수 있는 법 등을 강연할 예정이다. 텐징 켄랍 린포체는 센터를 방문하는 불자들에게 “본인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에게서 심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제거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들을 덜어내는 가장 큰 비법”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부처님께서도 강조하신바 있는 관대함, 도덕성, 인내심, 열정, 노력, 집중력, 자선 등은 게펠링 불교센터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덕목들이다.

▲ 테네리페 섬으로 떠나기 전 달라이라마의 격려를 받고 있는 텐징 켄랍 린포체.

테네리페 섬의 게펠링 불교센터는 티베트 불교의 겔룩(Gelug)파에 속하는 종파다. 겔룩파는 다시 롭상 드렉파(Lobsang Dregpa) 혹은 쫑 카파(Tsong Khapa)라고 불리는 종파로 세분화 됐다. 겔룩파는 ‘언제나 승리하는 자’라는 의미로 엄격한 독신주의와 깊은 불교 철학 연구를 강조했다. 쫑 카파는 티베트에서 가장 큰 수도원이자 대학인 간덴(Ganden) 사원을 설립해서 더욱 더 유명해졌다. 티베트 수도인 라싸(Lhassa)에서 36km 떨어진 곳에서 해발 4300km 높이에 위치한 간덴 사원은 중국 문화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1만 명 이상의 스님들이 거주하며 불교 연구를 하던 대규모 사원이었다. 그 당시 간덴 사원은 불교 철학이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세계 최대의 불교 철학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군들의 침략을 받고 폭파돼 완전히 폐허가 됐다. 1985년 사원의 일부가 다시 재건됐고 1995년, 중국 경찰이 이 건물에 자리 잡았다. 그리곤 이곳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에게 달라이라마를 배신하고 그를 공공연히 비난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런 중국 경찰의 지시를 거부한 많은 티베트 스님들이 체포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스님들이 간덴 사원을 탈출해 그들만의 은신처를 찾아 흩어졌다. 이런 사건들을 거치며 인도 남부 카르카타카(Karnataka) 주에 간덴 사원이 세워지게 된다.

▲ 스님이 직접 조리한 티베트 음식은 불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최고 인기다.

몇 주전, 아데헤 시 광장에서 거대한 음식 축제가 열렸다. 게펠링 불교센터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센터의 불자들은 티베트 전통 음식과 티베트 수공예품을 준비했다. 이국적인 티베트 수공예품과 스님이 직접 만든 티베트 요리 등은 아데헤 시 음식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였다. 향 좋은 음식과 형형색색 티베트 전통 물품 때문인지 게펠링 불교센터 코너를 들린 테네리페 사람들은 불교에 호기심을 보이며 “게펠링 불교센터에 꼭 들러보겠다”고 말했다.

▲ 불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명상을 하고 부처님 말씀에 대한 세미나에 참여한다.

게펠링 불교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요가 강좌도 열린다. 이들이 배우는 요가는 인도 출신의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에 의해 시작된 요가 법이다. 그는 인도 남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퐁디쉐리(Pondicherry)에 공동체 마을인 오로빌(Auroville)을 창시한 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불교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테네리페 섬 사람들은 처음엔 단순히 요가를 배우기 위해 게펠링 불교센터에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대다수다. 요가를 배워나가다 명상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또 명상을 배우다가 부처님 말씀에 관한 세미나에도 참여하게 된다. 함께 활동을 하며 친분을 쌓은 게펠링 불교센터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만나 뜻 깊은 일들을 함께 할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여가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거나 마을 주변 환경보호를 위해 해변이나 산을 청소하는 일들을 함께 한다.

테네리페 섬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크(Plutarch)에 의해, 또 고대 켈틱 신화에서 ‘신성한 장소이자 행복이 넘쳐나는 섬’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이 섬을 ‘매서운 추위가 존재하지 않는 지상낙원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자들만이 살 수 있는 섬’이라고 표현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엘리시움 천국으로 가는 입장권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순결한 사람들만이 이곳에 살 수 있다. 그들이 이렇게 칭송했던 섬들이 대서양의 카나리아 제도, 아조레스(Azores)제도, 마데이라(Madeira) 섬, 카보베르데(Cape Verde) 섬, 버뮤다(Bermuda) 제도다. 게펠링 불교센터의 스님들이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에 와서 불교센터를 열고 부처님 말씀을 알리고자 했던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엘리시움 천국의 입구라고 여겨졌던 이곳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열반으로 향하는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니까…. 

알랭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67호 / 2014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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