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을 잇는 징검다리, 근대불교문화재
고금을 잇는 징검다리, 근대불교문화재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4.11.0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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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용성 스님이 우리말로 옮긴 신역대장경이 등록문화재로 등재 예고됐다. 한암 스님의 가사 3점 또한 일괄 등재 예고됐다. 지난 8월 양산 통도사지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불상 등 21건이 한꺼번에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이후 추가로 2점이 등재가 예고돼 올해만 23건이 등록문화재가 될 전망이다.

정부, 근대유산 문화재 등록보호
짧은 역사 기독교, 등재에 사활

불교는 근대문화재 등재에 소홀
‘근대는 기독교역사’ 기록 우려

등록문화재는 바꿔 말하면 근대문화재를 뜻한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지정문화재들이 오랜 역사성을 가진 것에 비해 등록문화재는 50년이 지난 근대의 유산 중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해 등재한다. 근대의 시대상과 역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정문화재로 가기 위한 전단계라고 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지자체의 지정문화재는 물론 국보와 보물과 같은 국가 지정문화재로 승격될 개연성이 높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1년이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등록문화재라는 항목을 만들어 근대문화재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등재된 등록문화재는 2013년 9월 현재 529건. 이 중에서 종교문화재가 59건인데 불교는 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당부분은 개신교와 가톨릭 문화재이다.

그러나 보광 스님이 근대분과 문화재위원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13년 말부터 적극적으로 등록문화재 등재가 이뤄지기 시작하더니 올해 32건으로 가장 많은 등록문화재를 보유하게 됐다. 그 뒤를 개신교(30건), 가톨릭(24건), 유교·토속신앙(17건)이 잇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교계는 등록문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불교계가 등록문화재에 무관심한 이유는 이미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게는 천년, 짧게는 수백년 된 문화재가 즐비하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60%가량이 불교문화재다. 상대적으로 100년이나 50년 안팎의 유산에 대해 문화재라는 인식이 희박하다.

그러나 개신교와 가톨릭은 등록문화재 등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래역사가 200년 안팎에 불과하니, 50년 이상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려고 노력한다. 등록문화재 지정은 이 땅에 기독교의 역사를 세우려는 그들의 성전이라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만약 불교계가 등록문화재 등재를 소홀히 한다면 우리나라의 근대는 오로지 기독교의 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 김형규 부장
근대 불교유산은 삼국과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으로 그리고 현대로 이어져온 1600년 한국불교의 도도한 흐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그러나 불교는 근대를 소홀히 하면서 어느 순간 조선에서 훌쩍 현대로 건너 와버린 느낌이다. 일제강점기의 굴곡진 역사는 근대불교를 협소하게 만들었다. 당시의 유산에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 나이테처럼 담겨 있다. 그러나 불교계는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근대건축들을 헐고 각종 기록이나 유산을 방치하고 있다. 문화재가 아니니 제약도 없다. 다행인 것은 2013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근대문화유산 종교분야 불교 목록화조사연구보고서’를 통해 등재문화재 자격이 있는 문화재로 81건, 720점을 확정한 바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23건이 무더기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보고서에는 건축분야가 제외됐다. 문중이나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근대 큰스님들의 유품들도 상당부분 빠져있다. 근대불교유산을 발굴해 이를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교단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1268호 / 2014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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