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나 집단의 건강도는 그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가를 가늠해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동서고금의 진리이거니와 뿌리가 부실해서는 어느 집단도 제대로 발전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조계종과 태고종의 종조격인 태고보우 국사의 유적지 게시판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두 종단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전통종단이며 태고보우 국사를 각각 종조의 반열에 두거나 종조로 숭앙하는 종단이 아닌가.
우리는 이런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조차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불교계의 현주소를 확인할 때마다 허탈함과 기운 빠짐을 느낀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조상을 끔찍이 모시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가문의 역사와 시조를 얼마나 잘 모시고 있느냐가 집안의 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조차 자기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일에 과분할 정도의 정성을 기울이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법통을 중시하고 정통 법맥을 생명처럼 여기는 불교종단이겠는가.
종조(격)인 고려 태고보우 국사와 조선 명종대의 허응당 보우대사를 혼돈한데서 오는 실수를 종립선원 봉암사에 있는 부도비 안내문에서부터 저지르고 있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밖에도 명백한 오기가 두세 가지가 더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봉암사 부도비에 적힌 보우(普愚) 국사의 영정에 조선시대 고승인 보우(普雨)를 적어넣고 있고, 활동 연대도 태고보우의 1301∼1382를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1509∼1565로 기록하고 있으며, 국사의 영정에도 조선시대 보우대사의 법호인 허응(虛應)를 기록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종조(격)와 관련된 유적의 기록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종단의 정체성을 운운하고 종단바로세우기를 주창하는 것은 한낱 수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오류에 대하여 두 종단, 특히 조계종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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