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임제 정통 밝힌 용성 스님 서간문 발견

  • 교학
  • 입력 2014.11.10 10:15
  • 수정 2014.11.10 10:22
  • 댓글 0

▲ 일본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용성 스님 친필 서간문. 필름 형태로 보관돼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전통불교 수호자였던 용성(1864∼1940) 스님이 1910년대 일본불교의 거센 유입에 맞서 ‘한국불교는 임제종 전통’임을 역설한 서간문이 발견됐다.

대각사상硏 서간문 본지 공개
일본 국회도서관 소장 자료
용성 스님, 경성신문사 사장에
총독부 임제종 탄압 부당 지적
전통불교 등진 세력들도 비판

대각사상연구원(원장 보광 스님)은 최근 용성 스님이 1915년 조선총독부 불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경성일보사 사장 아베 미츠이에(阿部充家, 1862~1936)에게 보낸 서간문 5점을 본지에 공개했다. 이 서간문은 일본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를 국사편찬위원회가 입수한 것으로 마이크로필름 형태다. 5점의 서간문 중 3점은 아베에게 한국의 정통선은 임제선으로 그것을 정식으로 펼 수 있도록 요청하는 내용이며, 2점은 용성 스님이 직접 임제선의 핵심을 강설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근현대불교연구 권위자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이 서간문은 1910년대 용성 스님의 활동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조동종과 결탁한 원종에 대항해 전통불교를 지키려했던 불교계의 지속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1910년대 불교계는 전통불교와 왜색불교의 갈등이 첨예했다. 1910년 10월, 원종 종정 이회광(1862~1933)이 한국불교를 일본 조동종에 예속시키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자 이에 맞서 석전, 만해, 진응, 성월 스님 등이 주축이 돼 임제종을 설립했다. 그러나 일제가 다음해인 1911년 6월 한국불교 종명을 조선불교선교양종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찰령을 반포함에 따라 원종은 물론 임제종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교계 내부에서는 전통불교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졌다. 용성 스님은 임제종을 통해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수호하려는 운동의 최일선에 섰다. 용성 스님은 만해 스님과 함께 1912년 5월 서울 사간동에 임제종포교당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전통불교 수호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노골적인 압력으로 임제종포교당 명칭을 조선선종중앙포교원으로 바꿔야했다. 용성 스님은 일제가 추진하는 불교정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일본의 조동선이 아닌 한국의 임제선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번에 공개된 서간문은 당시 용성 스님이 아베에게 임제종 탄압이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는 당대 최고 언론인 경성일보사 사장으로 일본과 조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일본 임제종 본산 원각사 관장인 샤크 소엔(釋宗演)으로부터 ‘무불(無佛)’이라는 법명을 받는 등 선(禪)에도 조예가 깊었다. 용성 스님은 아베에게 보내는 서간문에서 최고의 선승인 ‘임제’를 원수 대하는 듯 하는 행태들과 임제의 문손(門孫)에 너·나가 있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또 총독부와 그 힘을 빌린 스님들의 압박이 부당함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선종포교당인 ‘임제파강구소(臨濟派講究所)’에서 임제의 선법을 펼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서간문에서는 용성 스님이 서울 묘심사 별원에서 아베를 만나 임제종 문제로 심각한 의견 대립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스님은 서간문에서 어제 저녁 있었던 일을 사과한 뒤 “그러나 이 또한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 한 말로써 한 마디 말도 속일 수는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스님은 “만약 이회광이 펼치는 운동을 따른다면 이는 조선의 불교를 알지 못하는 것” “저 승려 등은 그 종교의 정신을 잃고서 세속의 이익과 흐름만을 따라 무종(無宗)의 상태에 빠졌다” 등 민족불교를 등진 세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각사상연구원장 보광 스님은 “일제의 전통불교 말살 정책에 맞서 용성 스님은 끝까지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며 “이 서간문들에는 혹독한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념과 당당함으로 일생을 살아갔던 용성 스님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69호 / 2014년 11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