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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복원의 진정한 의미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불교유적을 둘러보면 위축감이 든다. 우리에게도 석굴암이나 불국사 등 위대한 불교유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협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유산의 품격을 규모로만 따질 수 없다. 그러나 예술적 소양이 높지 않은 일반인이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문화재, 특히 그중에서도 건축물의 규모에 눈길을 보내는 것은 그를 통해 국력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다보면 과거 우리의 역사가 참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국력이 결코 약했던 것은 아니다. 고구려는 수나라의 백만 대군을 물리쳤고 신라는 중국을 통일한 당 제국과의 7년 전쟁을 승리로 장식했다. 세계유일의 대제국이었던 몽골도 고려만은 정벌하지 못해 결국 공주를 주면서까지 회유해야만 했다.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규모면에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를 능가하는 건축물이 적지 않았다.

경주시의 황룡사 복원 추진은
유산규모 협소 콤플렉스 해소

청주 흥덕사는 복원 실패사례
가람과 불교가 함께 복원돼야

그럼에도 남아있는 유산의 규모가 협소한 것은 너무 많은 침략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조선 이래 우리나라는 1000번에 가까운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수시로 전란을 겪으면서 크고 웅대한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은 여지없이 파괴돼 버렸다. 유구한 역사에도 오래된 건축물을 보기 힘든 이유다. 우리의 기억 속에 역사상 가장 웅대하고 위대한 건축물을 찾으라면 아마도 경주의 황룡사가 아닐까 싶다. 고려 때 몽골침략으로 불타버렸지만 남아있었다면 규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말끔히 털어내는 위대한 유산이 됐을 것이다.
오늘날 황량한 폐허로 누워있는 황룡사는 경내가 2만평에 이른다. 특히 황룡사 중앙에 건립됐던 9층의 목탑은 높이만 80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건축물로 치면 30층 크기의 규모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우는 전통건축방식으로 어떻게 30층 높이의 목탑을 쌓을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중국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 목탑의 높이가 60m정도이니 당시나 지금이나 목탑으로서는 세계에서 견줄 데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경주시가 올해 본격적으로 황룡사 복원을 추진한다. 신라왕궁 복원정비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데 이어 8월 추진상황 보고회를 가졌다. 현재 신라왕궁 복원에 6764억원, 황룡사 복원에 6008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국회에 특별법 입법발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만약 경주왕궁과 황룡사가 복원된다면 우리 유산에 대한 규모 콤플렉스를 벗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가 없지는 않다. 황룡사 복원과 관련해 조계종과 전혀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룡사 복원은 단순한 외형의 복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웅대한 가람과 더불어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가 함께 복원돼야 한다. 황룡사 불사를 통해 불국토를 염원했던 신라의 꿈이 함께 되살아나야 한다. 과거에도 정부에 의해 복원된 전통사찰이 적지 않았다. 경주 불국사와 청주 흥덕사가 대표적이다. 불국사는 가람을 복원함과 동시에 스님들이 상주하며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음으로써 세계적인 유산이 됐다. 그러나 세계최초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펴냈던 흥덕사는 외형만을 복원한 채 불교의 전통과 역사성을 살리지 못하면서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 김형규 부장
황룡사는 반드시 불국사의 전례를 따라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조계종이 하루빨리 황룡사 복원 논의구조에 뛰어들어야 한다. 복원된 황룡사에서 1000년 전 끊겼던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69호 / 2014년 11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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