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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교육 현대화로 시대와 호흡하는 승가상 구현”

  • 집중취재
  • 입력 2014.11.17 14:32
  • 수정 2014.11.17 14:35
  • 댓글 1

조계종 교육원장 첫 연임한 현응 스님

▲ 교육원장에 연임된 현응 스님은 “지난 5년간 일하는 재미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스님에게 있어 교육개혁은 1970년대부터 품어온 원력이었기 때문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월11일 제200차 정기회에서 현응 스님을 교육원장으로 재선출했다. 1995년 교육원이 별원으로 승격된 이후 교육원장이 연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중앙종회가 지난 5년 동안 교육개혁불사를 펼쳐온 현응 스님의 공로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5개년 계획 세워 교육불사 진행
표준교과 적용·연수교육 확대
도제교육서 벗어나 ‘혁신’ 평가
“형식적 틀 갖췄으나 내실 미흡”

1970년대부터 승가교육에 관심
토론·세미나 도입 자율성 도모
해인사 주지 시절 외국어교육도

“스님 공부량 상대적으로 적어”
일반 대상으로 전법교화 펼치고
시대 흐름 짚기 위해 교육현대화

실제 현응 스님은 2009년 제6대 교육원장으로 부임한 후 승가교육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행자교육을 체계화하고 표준교과과정을 만들어 전국 승가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시켰다. 연수교육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안거제도 다양화를 목표로 삼장원·염불원 제도를 도입했다. 법계별로 종단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승가고시의 내용과 형식을 개선했으며 국제불교학교와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을 설립, 특수교육을 강화했다. 이밖에도 청년출가학교 개설과 종단 최초의 염불시연대회 개최를 통해 불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고시켰다.

이와 같은 교육개혁정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중의 높은 지지로 이어졌다. 올해 초 불교미래사회연구소와 법보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육원은 조계종 3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중앙종무기관으로 꼽혔다.

▶ 2010년 2월 조계종 첫 행자입문교육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해왔다. 5년 동안의 교육개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2009년 11월 교육원장 선출 직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진행해왔다. 계획의 시행 측면에서 판단한다면 5년 동안의 교육개혁불사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교육내용이 질적으로 향상됐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원이 자체적으로 강의계획안과 교재를 만들어 일선 승가대학에 배포했지만 여전히 한문불전 강독만을 고집하는 강사들도 적지 않다. 또 일부 강사들은 개편된 교육과정을 수용하더라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강의한다. 이럴 경우 학업성취도가 저하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동국대나 중앙승가대와 달리 사찰 승가대학에서는 사중생활을 함께해야 하는 여건상 튼실한 면학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승가교육의 현대화·표준화·전문화’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승가교육 개혁을 추진한 이유는 뭔가.
“교육개혁의 핵심은 공교육 도입이다. 종단과 사찰이 각각 공립(公立)과 사립(寺立) 교육기관을 설립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학제를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20세기 전까지 한반도에서 사찰 교육기관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제양성 방식이 불교교육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다. 불교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용된 후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왔듯, 이 시대의 불교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교육원이 추진한 승가교육개혁은 파격에 가까웠다. ‘치문·사집·사교·대교’라는 정형화된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현대사회에 맞는 승가 양성을 위해서는 전통처럼 유지돼 온 서당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1970년대부터 승가교육에 관심을 가져온 현응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스님은 이미 1970년대 해인사 중강시절부터 교육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 시절 대부분의 강사들이 한문경전을 번역하고 학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외우도록 하는 강의방식이었다. 그러나 스님은 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학인들이 스스로 경전을 이해하도록 유도했다. 해인사 주지 때는 승가대학의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쳤다. 학제를 개편해 다양한 교양강좌를 마련했으며, 외국어 교육도 진행했다. 승가교육 개혁안은 스님이 해인사 주지시절 시행했던 승가교육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전통 승가교육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어떻게 설득했나.
“기본교육기관 조정안의 취지는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교육원이 제시한 교육과정을 각 승가대학이 시행할만한 형편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당시 사찰 주지스님이나 강주스님들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안돼서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교수진 섭외와 강사료 지급 등이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표준교과과정 채택을 강요할 수 없었다. 대신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실시했다. 실제 영어·염불 등의 과목을 전담할 교수진을 양성하고 연구비 형식으로 강사료를 지원했다.”

▶ 내년 3월 승가대학에서 표준교과과정을 통해 교육 받은 첫 졸업생이 배출된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표준교과과정 도입의 목표는 치문, 사집, 사교, 대교가 불교 가르침의 전부라 여기는 전통교육체제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단 그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물론 개편된 승가대학에서 첫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시대에 맞는 승가상 정립’과 ‘시대가 요구하는 전법교화상 구축’의 목표에 부합하는 스님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아직 시일이 필요하다. 차후 승가교육의 내실화가 뒷받침 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 삼장원·염불원 제도를 도입해 안거제도 다양화를 추진했다.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에서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미 한국불교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방에 방부를 들이고 화두 잡는 것만을 안거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전어록을 보고 염불 수행을 하는 것도 안거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장원과 염불원 설립은 그런 배경에서 추진됐다. 지난해 봉선사가 조계종 첫 염불원을 개원했고 완주 송광사가 최근 삼장원 입방공고를 냈다. 아직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삼장원·염불원 10개 설립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갈 것이다.”

현응 스님은 출가자 감소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모색했다. 출가사이트를 개설하는가 하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상담사를 배치했다. 특히 2012년 개설한 청년출가학교는 종단안팎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출가자 감소문제는 종단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젊은 세대가 불교를 고루하며 전근대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불교의 과오라고 봐야 한다. 해석하기 힘든 한문경전과 뜻을 알 수 없는 염불·의례의식 등이 젊은 세대로부터 불교가 멀어진 요인이 됐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출가하기만을 기다린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식전환을 위해 한국불교가 자체적인 노력으로 스타일을 바꿔나가야 한다.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철저히 ‘현대적 불교’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출가학교와 학인염불대회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통해 염불의 현대적 변용 가능성을 엿봤다. 불교의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결국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불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게 변용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 교육원장 취임 후 특히 의례·교재 한글화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면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 서양의 가치관이 들어오자 의식주와 국가체제 역시 서구식으로 바뀌었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같더라도 시대가 변했다면 형식적인 틀을 바꿔야한다. 과거 한문강독식 수업만으로는 사회 변화상을 짚어내고 따라갈 수 없다. 평생 동안 경전 몇 권을 습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요즘 시대에서 더 많은 문헌을 읽고, 그것을 합리적이며 논리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글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 법계별 교육을 도입하는 등 연수교육을 세분화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재교육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이고 도입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현재 스님들의 실력으로는 제대로 된 포교를 펼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과거 강원에서 치문, 사집, 사교, 대교를 공부한 스님들은 본사로 돌아가 대중 앞에서 법문을 했다. 1970년대 동국대 백상원 학인스님들이 방학 기간 동안 전국 순회법회를 개최할 정도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지 않던 시절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는 승가대학을 졸업한 것만으로 일반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일반인들은 새벽에 학원에서 공부한 후 출근한다. 퇴근한 후에도 많은 이들이 공부를 이어간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스님들의 공부량은 이에 비해 부족하다.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전법교화를 펼치기 위해서는 못지않은 공부량이 전제돼야 한다. 연수교육을 대폭 정비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끊임없는 재교육을 통해 포교실력을 배양하자는 것이다.”

▶ 과거에는 스님들이 당대 최고의 선지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스님들은 내전에도 밝지 않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나.
“근대에 들어 스님들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일제치하에서 사람들은 독립을 전제로 국가체제를 논의하는 등 사상적 도약을 일궈냈지만 스님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까지 지속됐다. 몇몇 의식 있는 스님들은 이 문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으며 성철 스님도 승가대학을 설립하려 노력했다. 교육시스템 부재가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개혁을 실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시대에 맞는 승가상’은 시대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 교육현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현응 스님은 “그동안 일하는 재미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열심히 소임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3개월 동안 안거하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교육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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