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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의 신이 된 전범 히로히토

기자명 이병두

‘히로히토; 신화의 뒤편’ / 에드워드 베르 지음 / 유경찬 옮김 을유문화사

▲ '히로히토'
일본인들 중에서도 이제는 일왕(天皇)은 ‘인간이 아니라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 않겠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대(代)가 끊어진 적이 없는 신의 아들’이라는 엉터리 신화를 위해서라도 다음 왕이 될 사람은 성(性)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히로히토가 열다섯 살 때에 아버지 다이쇼(大正) 천황은 자신의 젊은 후궁을 아들의 거처로 보내 아주 인간적인 점검(?)을 한 적이 있다.

“그 여자가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곧이어 성인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천황은 이 말을 듣고 히로히토가 다른 취미에서 얻는 흥미에도 불구하고 성적 쾌락에도 몰입할 수 있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꼈다.”

패전 후 일본은 국민의 안전에 대한 보장보다는 ‘천황’의 보호에 더 공을 들였다. 그들의 논리는 “책임은 정부의 대신들과 유관 조직이 져야 한다. 주권과 관계된 계약을 제외하고는 천황은 어떠한 비난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천황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힘의 마지막 집합체로서 천황은 여러 가지 거부권 행사를 통한 최후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중요한 결정을 발표하는 모든 문서에는 천황의 옥새가 반드시 필요했다. 수상의 임명에서 병력의 해외 파견에 이르기까지 승인을 미루거나 거부함으로써 천황은 자기가 반대하는 조치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사항들은 천황의 인준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특급 전범임을 확인해주는 사실은 그밖에도 많다. “국가정책이나 군사전략에 관한 모든 서류는 일일이 챙겨 보시고 결재도 하나하나 직접 하신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 때로는 자정까지 보고서를 직접 받으시는 경우도 있다.”(지방의 중견 관리들이 모인 회의에서 궁내성 대신의 말)
게다가 히로히토는 1945. 8. 15. ‘종전 조서’(‘항복 발표’가 아니다)에서 ‘재무장’과 ‘영토 확장을 위한 침략’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는 일본 제국의 자구와 동아시아에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서 미국과 영국에 대한 전쟁을 감행했으나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나라의 주권 침해와 영토 확장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모든 신민은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신성한 강토의 영속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대를 이어 한 가족처럼 결속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미래 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시다. 성실성을 배양하고 고매한 정신을 육성합시다. 세계 발전에 발맞추어 제국에게 주어진 영광을 고양시킬 수 있도록 단호한 결의로 매진합시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협상과 밀약이 있었든, 1945년에 이 특급전범을 살려두고, 천황제를 존속시킨 후과가 갈수록 모습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현 수상 아베 신조의 계속되는 전쟁책임 부인과 재무장 및 영토 확장 야욕은 히로히토가 ‘종전조서’에서 당부한대로 ‘제국에게 주어진 영광을 고양시킬 수 있도록 단호한 결의로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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