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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체복무제를 보는 시각

기자명 이학종
‘군 대체복무제 추진’에 대한 종교계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관련세미나 장소로 종로성당을 빌려주는 등 내심 찬성에 가까운 제스처를 내보였고, 불교계에는 동국대 조국 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군 입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할 스님들의 어려움을 처음으로 거론함으로써 무작정 반대할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의 단초가 제공된 상태입니다. 다만 개신교계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기독교계에서 이단시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위한 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군 대체복무제에 대한 본지의 심층보도 이후 불교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이 문제가 불교계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또 그에 앞서 인권 문제를 가장 인권적인 종교인 불교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사안은 교단의 이해득실을 따져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는 성격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 제도의 추진에 대한 종교계의 각기 다른 반응을 지켜보면서, 각 종교계가 보다 본질적인 시각으로 사안에 천착하지 않고 단순히 자기 교단에 미칠 손익을 따지는 듯한 모습에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군 대체복무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한 배경은 잘 알다시피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한 개신교계 종파의 집총 거부라는 고질적 문제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오늘도 감옥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종교적 신념, 즉 양심의 문제로 감옥을 선택하는 행렬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어느 덧 인권국가의 기틀을 다진 우리나라에서 언제까지 병역거부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가적 필요가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짓밟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는 대체적 봉사의무가 부과돼야 한다는 게 문명국가의 확립된 법 이론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그들의 인권을 생각할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독일, 대만에서는 군 거부자들을 주로 궂은 일을 맡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단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체제도가 국민정서상 혹시라도 특혜로 비쳐진다면,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워야 하는 소방관이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 청소원, 살인적인 악취에 시달려야 하는 쓰레기 매립장 관리원, 무인도의 등대지기 등 군대생활 이상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에 군 복무기간보다 더 긴 기간동안을 복무시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그러면 나라는 누가 지키나?’라는 견해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종교적 양심’이라는 다소 막연하게 보이는 대체복무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규정해 의도적인 군 기피를 막을 대안을 마련한다면, 군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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