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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한 시대

뉴스를 보면 온통 싸움뿐이다. 세상일이 대립과 투쟁, 해소의 과정이라지만 해소의 방식이 너무나 전투적이다. 상대는 없고 오직 나만을 보며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대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해묵은 지역감정도 진실을 파고들면 결국 ‘카더라’라는 집단최면의 결과다. 죽일 듯이 싸워야 될 것 같은 상당수의 일도 대화를 통해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대화에 인색하다. 어렵게 자리가 마련돼도 내 주장만 늘어놓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비극적이게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6·25한국전쟁까지 근현대의 처참했던 광기의 세월은 다른 사람 의견에 귀 기울일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 각박함이 청산되지 않은 친일과 남북대립, 좌우의 투쟁과 맞물리면서 우리사회를 극한대립의 자기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는 이런 편협한 사회에서 상대편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양쪽 모두의 적으로 몰릴 개연성이 높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붓다로 살자
잇따라 화해위한 대화 장 마련

조계종·태고종 내부의 갈등도
서로대화 통해 해결 모색해야

최근 극한대립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불교계 안팎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11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직자들의 부패 방지 방안을 담고 있는 김영란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서경석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행위원장과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이 자리를 나란히 했다.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양 진영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시민운동을 함께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선 서경석 집행위원장과 이수호 상임고문의 감정의 골은 유달리 깊었다. 서로 25년만의 만남이라고 했다. 화쟁위원회의 중재 노력에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 만남이 수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공동선을 위해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설득에 결국 머리를 맞대게 됐다. 이들 단체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주요 사회의제를 함께 토론하기로 했다. 또 11월27일에는 불자들의 자발적 결사모임인 ‘붓다로 살자’ 주최로 여주 주어사지를 둘러싼 불교와 가톨릭의 토론회가 열렸다. 주어사지는 구한말 스님들이 가톨릭 신자들을 숨겨주었다 폐사된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다. 그동안 성지화를 추진하는 가톨릭과 사찰복원을 주장하는 불교계의 이견이 팽팽히 맞선 분쟁의 소용돌이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를 통해 두 종교계가 함께 역사를 공유하는 종교평화의 장으로 가꾸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토론회 결과를 각 종단에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 지성 볼테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대화를 포기하거나 폭압적인 방법으로 말문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깨우침이다. 이런 열린 자세가 가능했기에 서구는 분쟁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을 것이다.

▲ 김형규 부장
원효 스님 또한 화쟁(和諍)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종단을 둘러보면 대립으로 인한 극한투쟁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상대편을 물어뜯기 위해서는 개의 입이라도 빌릴 태세다. 대화는 상대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열린 자세에서 시작된다. 보수와 진보가 무릎을 맞댔고 불교와 가톨릭이 서로 가슴을 열었듯이 조계종과 태고종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한투쟁이 대화로부터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72호 / 2014년 12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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