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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수행 박병규 씨

기자명 법보신문

▲ 혜천·45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다니는 절에 처음 가기 시작했다. 스물이 넘어서 참선을 하게 되었고 또한 세월이지나 초기불교와 위빠사나 수행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호흡을 바탕으로 하는 선정수행을 주로 하고 있다.

호흡으로 선정 얻는 수행
성과 원하는 마음이 장애
놓아버리는 방법 알아가며
호흡수행 참 면모 깨달아

호흡수행을 하게 된 계기는 부처님 성도 과정의 일화와 관계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시고 나서 두 스승을 만났고 두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버리고 6년간 고행했다. 또한 그것을 버리고 태자시절 기억을 떠올려 호흡수행으로 선정을 얻고 이것을 바탕으로 삼명(三明)을 얻어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호흡과 선정을 내 인생의 수행 방편으로 선택하게 됐다.

호흡수행을 모토로 하고 일상에서는 알아차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놓아버리기’라는 책을 알게 됐다. 그것을 보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번역자였던 혜안 스님을 꼭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생각만큼 만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신불사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침 수행법문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등록하게 됐다.

법문 듣고 스님과 차담도 나누면서 많은 질문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껏 수행해온 과정을 돌이켜봤다. 단지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고 다른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 호흡에 지속적으로 집중했다. 집중하면 몰입이 일어나고 그 몰입이 지속되면 선정에 이른다는 메커니즘을 갖고 수행해왔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일반적 오류가 숨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중의 일반적(세속적) 의미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뭔가를 추구하려는 속성 즉, 탐심이 내재하며 그 탐심은 의지를 강화시키고 성냄을 유발한다. 탐과 진이 존재하는 방식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는 어느 정도 몰입이 가능하지만 탐·진을 내려놓음을 원인으로 하는 선정까지는 한계가 있다. 혜안 스님은 집중이라는 말 대신 마음이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쉬고 있으며, 멈춰 있다고 한다.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번뇌를 버리고 현재에 가만히 있으면 호흡이 내게로 다가온다.  통제(조정)하려는 의도가 일어날 때면 단지 그 의도를 내려놓기만 하면 마음이 알아서 정리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이 고요히 쉬니 에너지가 충전된다. 에너지가 충만해지면 알아차림이 점점 더 강해지고 마음속에서 기쁨과 행복이 확장한단다. 그렇게 그 자리에 만족해 완전히 멈추는 게 선정이라는 혜안 스님 설명에 막힌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었다. 참 훌륭한 법문이었다. 그리고 수행에 있어서 바른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껏 멈추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그래서 선정도 열심히 해서 이뤄야 하는 대상으로 본능적으로 인식해온 것 같다. 비로소 팔정도의 ‘바른 노력’에 대해 되새긴다. ‘바른 노력’은 다름 아닌 탐과 진을 버리는 노력이다. 멈추는 것이자 놓아버리는 것이다. 수행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달려가는 수행이 아니라 멈추는 수행을, 움켜쥐는 수행이 아니라 놓아버리는 수행을….

[1272호 / 2014년 12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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