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머리에 붙은 불
92. 머리에 붙은 불
  • 이필원 박사
  • 승인 2014.12.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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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혜 종고 선사가 ‘서장’에서 “생각생각마다 머리에 불붙은 것을 끄듯이 하십시오.”라는 말씀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은 선가의 선사들께서 자주 사용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말인즉슨, 수행을 하는데 이처럼 간절한 심정으로 하라는 것이다.

출가자 모범 강조는
포교의 첩격이기도
한 나라의 통치자도
간절한 마음 가져야


이 문구는 초기경전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수행을 독려하는 것으로 이 만큼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도 없을 것이다. 경전의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벗들이여, 만약에 비구가 성찰하면서 일체의 착하고 선한 것들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지 못하면, 그 비구는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얻기 위해 극도로 의욕을 내고 정진하고 분발하고 책려하고 불퇴전하고 알아차림을 확립하고 바른 앎을 일으켜야 합니다. 벗들이여, 예를 들어 옷에 불이 붙거나 머리에 불이 붙으면 그 옷이나 머리의 불을 끄기 위해 극도로 의욕을 내듯이.”(Aṅgutta Nikāya, Parihānasutta 중에서)

이 경문은 사리뿟따 존자께서 다른 비구 수행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사리뿟따 존자는 부처님을 대신해서 많은 설법을 하신 분이다. 특히 출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수행자들을 지도하여 예류과를 성취하도록 하는 일을 담당했다고 전한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수행자로 설 수 있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갓 출가한 새내기 스님들이 올바른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승단에서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존경받는 사리뿟따 존자가 출가자들을 지도한 것이다. 출가자는 늘 재가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자는 재가자들에게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왜냐하면 그러한 도덕적 모범이 포교의 가장 첩경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리적으로 훌륭하더라도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타락되어 있거나 세인들로부터 비난받을 일들을 하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염려하여 도덕성에 대한 가치를 거듭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위 경문에서 사리뿟따 존자 역시 출가 수행자가 선한 성품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지 못하면 선한 성품을 계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노력해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머리에 불이 붙은 것을 끄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만큼 시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가자의 삶을 살면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쫓는 것은 몸은 출가자이지만 마음은 욕망에 찌든 속인인 것이다. 그러한 출가자를 누가 존경할 것인가. 그렇기에 자신의 잘못을 살펴 그것을 고쳐 선한고 건전한 성품을 계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의 가르침은 출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재가자 역시 자신의 건전한 성품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해 함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무엇에 우선적 가치를 두어야 할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적 이득’, 즉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두게 되면 나라는 풍요로워질지는 몰라도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인권이 경시되며, 독재로 나아가기 쉽게 된다. 진정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되 머리 붙은 불을 끄듯 그러한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국민을 위한 통치자라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72호 / 2014년 12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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