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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와 4대강

“알게 되면 미워하기가 힘듭니다. 자연을 해치는 것은 자연을 잘 몰라서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파괴한 것도 무지해서입니다. 저는 압니다. 강의 바닥을 손으로 긁으면 쉬리, 줄납자루, 피리 등이 혼비백산하게 된다는 사실을. 물고기들이 자갈과 모래에 알을 낳고 보호하고 있는데 그걸 손으로 긁으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그래서 강바닥을 굴삭기로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알아야합니다. 자연을 알고 나면 저절로 보호가 됩니다. 알고 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대강 파괴는 무지로 생긴 일
그곳 깃든 생명 알면 절대 못해

탐욕에 터전잃은 생명의 처지
결국 우리의 미래 모습 될 것

12월3일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날,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초대원장으로 있는 세계적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일상으로 파괴되는 자연과 환경을 되살릴 수 있는 지혜를 듣고 싶었다. 최 교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알면 사랑한다.” 최 교수는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상대가 누구든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것이 자연이든 사람이든 관계가 없다. 최 원장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생태학이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생태학은 그 관계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며 관계하고 있다(相依相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최 교수는 지금의 상태로 간다면 인류는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 중에 가장 짧은 시간을 살다간 생명체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짧은 시간에 지구에 끼친 엄청난 해악은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회를 중심으로 ‘사자방’이란 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의 앞 글자만 따서 부르는 말이다. 야당에서는 강력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인 비리들이다. 이중에서 4대강 파괴는 생각할수록 최 교수의 말을 곱씹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름만 들어도 맑은 물결 넘실거리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22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파헤치고 토막을 내 댐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강은 죽어가고 있다. 맑은 강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토종 어류들이 수시로 허연 배를 드러내며 떠오르고 있다.

▲ 김형규 부장
야당의원들은 천문학적인 돈의 사용에 각종 비리가 있다며 이를 반드시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들은 강물의 오염에 따른 식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물에 깃들어 살던 생명들의 멸종과 떼죽음은 크게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조명을 받아도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지적하기 위한 논거로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의 탐욕과 싸움질로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생명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드물다.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소송을 하고 파괴되는 내성천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지율 스님의 노력이 외면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최 교수는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모든 생명체는 무한 복제하는 단 하나의 DNA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생명체는 동체(同體)인 셈이다. 4대강 파괴는 비리와 식수의 문제가 아니다. 차가운 콘크리트만이 세상의 전부인양 길러진 사람들에게 자연과 환경, 뭇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4대강과 같은 엄청난 자연파괴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최 교수의 경고가 우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73호 / 2014년 1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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