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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지수 세계 1위 미얀마

연말을 맞아 훈훈한 광경이 언론의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추운 겨울, 가난한 이웃을 위해 연탄을 보시하고 김장과 생필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몸은 움츠러들어도 마음만은 포근해진다. 그러고 보면 겨울은 세상의 따스함을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부행위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부에 인색한 우리의 각박한 삶에 대한 역설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의 91%가 기부에 참여
스리랑카·부탄 등 불교국 약진

개신교 과세 반대로 국민 분노
한국불교 보살행과 너무 멀어

최근 발표된 세계기부지수는 이런 우려를 확인해주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단체(CAF)는 전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기부지수를 발표했다. 금전기부, 봉사활동, 낯선 사람 돕기 등 3개 부분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는데 우리나라는 60위를 차지했다.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임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놀라운 것은 가난한 나라 미얀마가 미국과 더불어 기부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는 점이다. 미얀마는 금전기부에서는 1위, 봉사활동은 2위였다. 국민의 91%가 기부에 참여해 공동 1위인 미국(68%)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높았다.

미얀마의 기부문화는 불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님들에 대한 공양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보시를 중시하기에 가난한 나라임에도 굶어죽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아침마다 탁발하는 스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문화는 그대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보시로 이어지고 있다. 보시는 길거리나 숲속의 동물에게까지 평등하게 이어진다. 이런 광경은 불교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스리랑카와 부탄이 세계기부지수 9위와 11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구촌 대표 부자나라 G20은 기부지수 상위 20위에 미국, 캐나다 등 5개 국가만 이름을 올렸다. 기부는 물질의 풍요가 아닌 마음의 풍요로부터 비롯됨을 보여준다.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개신교 반발에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를 2년 연기하기로 했다. 대형빌딩을 지어 엄청난 부를 쌓으면서도 과세는 안 된다는 억지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개신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불교도 자유롭지는 않다. 가톨릭은 1994년부터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국민적인 여론을 의식해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한국의 기부문화가 후진적인 것은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무엇보다 한국불교의 책임이 크다. 미얀마, 스리랑카, 부탄 같은 가난한 불교국가에 기부문화가 보편화 된 것은 국민들 삶 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불교는 자신의 골수를 부수고 살을 발라서라도 다른 이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자비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이런 가르침에서 한참을 벗어나 버렸다. 세상의 괴로움을 덜기위해 열정을 쏟기보다 내부암투에 몰두하다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감이 없지 않다.

▲ 김형규 부장
사찰에 돈이 쌓이면 위험하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스님들이 과세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불교답지 않다. 사찰에 들어온 돈을 모두 세상을 위해 나눈다면 과세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불교는 돈을 움켜쥐고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세계기부지수 1위 국가 미얀마. 불자들의 선행으로 쌓아올린 그 영예가 탐욕의 독배에 취해있는 한국불교의 어깨에 내리는 묵직한 죽비가 되고 있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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