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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반야항공모함의 구명조끼

경전 사구게 수지독송 하면
좋은 인연 맺는 것과 같아
냉철한 전문가 세계에서는
반야의 지혜와 슬기 필요해

寶滿三千界 (보만삼천계)
齋持作福田 (재지작복전)
唯成有漏業 (유성유루업)
終不離人天 (종불리인천)
持經取四句 (지경취사구)
與聖作良緣 (여성작양연)
欲入無爲海 (욕입무위해)
須乘般若船 (수승반야선)

보석을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우고 / 그것을 가져다가 복전이 된다해도 / 유루의 업이 될 뿐이니 / 끝내 인간과 천상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네 / 경전의 사구게 만이라도 취해서 수지하면 / 성인의 경지에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라 / 무위의 바다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 모름지기 반야의 항공모함에 몸을 실어야 하리.

부대사의 게송이다. 공자님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복전은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가 자라는 것처럼 복의 줄기와 가지와 잎이 사시사철 무럭무럭 자라나는 밭이다. 복의 뿌리인 복근도 깊어지고 튼튼해진다고 한다. 운동선수의 빨래판 복근과는 많이 다르다. 유루의 복과 무루의 복이 있다. 유루의 복은 아마추어 선수의 전적이다. 아마추어 선수의 전적도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 소중한 전적이긴 하다. 허나 프로에 입문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시절에 바둑을 5000만승 했다하더라도 프로 전적의 1승으로도 쳐주지 않는다.

불교경전의 이곳저곳에서 온 우주에 보석을 가득 채워서 보시하고 좋은 일하는 것보다 사구게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수지독송하는 것이 낫다고 거듭 말하고 있는 것은 프로의 냉철한 세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극강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아마추어선수도 많이 있다. 무늬만 프로인 선수도 있다. 양쪽 중간 애매한 위치에 있는 선수도 있다. 각종 운동경기에 해설자도 있고 중계하는 아나운서도 있다. 축구에 전혀 문외한인 일반 사람들도 프로선수 출신의 해설자가 해주는 해설이 표현은 좀 서투를지 몰라도 경기 전체의 흐름과 맥을 짚어주고 있구나 하는 것은 바로바로 느낀다. 요즘에는 프로선수 출신이면서 말솜씨도 프로인 해설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흥분하기도 하고 호흡을 같이 하는데 있다. 더러 과격한 해설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제법 오래전에 어느 개그맨은 운동경기중계 개그를 하면서 아나운서역을 맡은 개그맨이 “오늘 아무개분을 해설자로 모셨습니다. 이번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하고 질문하자 아주 태연하면서 천연스럽게 “예 앉아서 봅니다”하고 해설을 했다. 이런 누워서 해설하는 사람도 있는가. 프로선수출신 해설자들은 더러 일어서서 온몸으로 해설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인간세상에 수직적인 질서가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수직선의 높은 윗자리에 흔하진 않지만 무늬만 프로인 선수가 앉아있는 경우가 더러더러 있다는 것이다. 땅콩을 옥수수로 대체하자는 얘기가 곧 나올지도 모른다.

무늬만 프로인 선수가 윗자리에 있으면 그 아랫자리에 있는 프로선수들은 프로이긴 하지만 매일 거의 질식당하는 느낌으로 힘들게 버티게 된다. 프로는 원래 말이 많지 않은 법인데 필자는 프로가 어떻고 저떻고 늘어놓고 있으니 프로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무위의 바다도 프로선수들의 바다이다. 바디가 아니라 바다이다. 바디만 프로인 선수는 프로의 심해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다 프로가 되었을 때 바다도 프로바다가 된다.

반야의 항공모함은 지혜의 우주항모이기도 하다. 블랙홀을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는 슬기의 쾌속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모두는 반야의 항공모함을 타고 있다. 구명조끼도 갖추어져 있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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