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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두 번째 화살 [끝]

불교에서 화살은 자주 언급되는 비유 가운데 하나이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독화살의 비유’일 것이다. 그 외에도 초기경전에서는 탐욕이나 분노와 같은 불건전한 정서를 ‘화살’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화살이란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되는 것으로 상대방을 죽이거나 큰 상처를 입혀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말 그대로 상대를 해치는 무기인 것이다. 이런 무기를 비유로 사용하는 것은 탐욕이나 분노와 같은 번뇌들이 그것을 품은 사람을 해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 북인도의 사정을 감안하면 아마도 사람들이 번뇌의 해로움을 아는데 화살의 비유보다 좋은 예도 드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화살의 비유가 있다. 그것을 ‘두 번째 화살의 비유’라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괴롭히는 화살
되풀이하면 끝이 없어
남에 고통주는 화살도
세심히 살피고 멈춰야

“비구들이여, 배우지 못한 범부는 육체적 괴로움을 겪게 되면, 근심하고 상심하며 슬퍼하고 울부짖고 광란한다. 그는 육체적 느낌과 마음의 느낌에 의해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다. 마치 어떤 사람이 화살에 맞았는데, 다시 두 번째 화살에 또 다시 맞는 것과 같다. 그는 두 개의 화살 때문에 괴로움을 모두 다 겪는다.” (Sam.   yutta Nika-ya, Sallasutta 중에서)

여기서 ‘배우지 못한 범부’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 일반 사람을 말한다. 가르침을 배우지 못했기에 괴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결국 정신이 미쳐 날뛰기에 이른다. 따라서 배우지 못한 것은 세속적인 학문의 성취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이 배워 학식이 높아도 부처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면 범부인 것이다. 달리 표현해서 지혜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한 번 화살에 맞았음에도 두 번째 화살로, 나아가 세 번째 화살로 자신을 괴롭힌다.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에게 욕을 했다고 하자. 욕을 듣는 순간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점점 더 화가 나면서 ‘그 놈이 나에게 욕을 해?’, ‘나쁜 놈’과 같이 반복적으로 그 상황을 되뇌며 분노에 떨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 화살이며, 세 번째 화살인 것이다. 욕은 한 번 들었지만, 자기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욕을 되풀이 듣고 거듭 분노하기 때문에 사실은 계속해서 욕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래서 경전에서 ‘그는 두 개의 화살 때문에 괴로움을 모두 다 겪는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살다보면 우리는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속에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 모두 사실은 불편한 상황이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은 정신적으로 불건강한 상태이다. 그 상황을 괴롭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되고, 피치못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든 그 사람을 덜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여하튼 우리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괴로움을 받는다. 하지만 괴로움을 한 번 받으면 그것으로 족한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되풀이하여 분노를 키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분노를 키우면 키울수록 결국은 내가 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의 화살을 쏘고 있지 않나 살펴보아야 한다. 내가 고통받기를 싫어하면 다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살피고 살펴 말이나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화살을 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75호 / 2014년 1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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