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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라이라마의 친구들

  • 새해특집
  • 입력 2014.12.30 13:34
  • 수정 2014.12.30 13:46
  • 댓글 0

때로는 협력자, 때로는 도반으로 종교 뛰어 넘는 우정 발휘

지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달라이라마는 전세계를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치유와 희망을 전한다. 그는 지구 어디라도 갈 수가 있지만 단 한 곳, 자신의 고향만은 갈 수가 없다. 금세기를 ‘대화의 세기’라고 정의하며 이 세상에 평화를 이루려 분주한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대한다. 달라이라마와 한 순간만 함께 해도 그가 오직 나만을 위해 거기 존재하며 오래전부터 함께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렇다 해도 좀더 자주 달라이라마와 만나며 그의 비전, 즉 명상수행의 과학화, 수행과 교육을 통한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런 인물을 찾아 범위를 좁혀보았다. 지면 관계상 세간에 잘 알려진 리처드 기어와 빅터 챈은 다루지 않았다.

▲ 리처드 데이비슨
달라이라마 만나 불안 씻고
명상이 뇌 미치는 영향 연구
뇌과학 실험 가능성 입증해
리처드 데이비슨=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한 사람이다. 196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명상에 매료된 데이비슨은 자주 인도를 방문해 명상 수련회에 참가하곤 했다. 1992년 다람살라에서 처음 달라이라마를 만날 때 그의 심정은 극히 불안해 공황 발작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를 만난 지 불과 15분 만에 그런 불안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한 데이비슨에게 달라이라마는 앞으로 ‘친절, 자비’ 같은 긍정적 성품을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실에 최신식 뇌영상기기를 설치한 데이비슨은 명상이 뇌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티베트 스님들 다수가 그의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기계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몇 시간씩 명상을 하고 그에게 데이터를 제공 했다. 프랑스 스님 마티유 리카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타임지 표지를 장식할 수 있었던 것도 데이비슨의 실험연구 덕분이었다. 이후 명상관련 뇌과학 연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뇌의 가소성이 밝혀졌다. 즉 나이가 들어도 뇌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노화하는 인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데이비슨은 “나는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음 수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수행이 인간에게 항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 데스몬드 투투
서로의 종교전통 도덕적 존중
자비·유머감각까지 공유하며
세계평화 위해 아낌없이 협력
데스몬드 투투=노벨평화상 수상자다. 성공회 주교로서 ‘남아프리카의 영적 양심’이라 불린다. 남아프리카의 인권탄압에 반대했던 투투와 달라이라마 사이에는 종교적 이질감이 없다. 보편적 시각, 자비심, 샘솟는 유머감각을 공유한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다. 공식 석상에서 농담을 하다가도 투투는 달라이라마에게 짐짓 심각한 척하며 몇 번이나 말하곤 한다. “여기를 좀 보세요. 모든 카메라가 당신을 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버릇없는 아이같은 행동은 좀 그만하시고 성자처럼 행동하시지요.” 어린이같이 장난기를 발동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청중은 자신들의 우상이 그리 진지하지도 심각하지도 않은 모습에서 삶에 힘을 빼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모든 종교는 인간 조건을 나아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종교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시각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응원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늘 아낌없이 협력한다.

2011년 10월7일 투투의 80세 생일날 케이프타운의 성당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그 자리에 주빈으로 초대된 달라이라마는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투투는 열변을 토했다. “나는 정말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요. 여러분이 나를 꿈에서 깨워서, 이것이 여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우리 정부는 이전의 백인우월주의 정부보다 더 나쁩니다.” 이어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대통령에게도 경고를 날렸다. “주마씨, 나는 당신에게 사랑의 경고를 합니다. 조심하세요. 우리가 당신 정부의 패배를 위해 기도를 시작할 수도 있어요.”

▲ 로버트 서만
1962년부터 달라이라마와 인연
함께 질의응답하며 지식 공유
미국 티베트하우스 설립 주도
로버트 서만(Robert Thurman)=컬럼비아대학의 인도티베트불교학 석좌교수며 미국 내 티베트문화 보존활동 본부인 티베트하우스 회장이다. 배우 우마 서먼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달라이라마와 함께 동양 사상이 서양인의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옹호해왔다. 1997년 ‘타임’지의 영향력있는 미국인 25명에 오른 그는 이성, 평화, 자비의 가치를 늘 설해왔다.

하버드대학 재학 시절부터 깨달음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사고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면서 본격적인 영적 여정을 시작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유럽, 중동을 거쳐 인도에 가서 1962년 처음 달라이라마를 만났다. 그의 나이 23세, 달라이라마가 29세였다. 이들은 그로부터 1년 반동안 매주 1번씩 만나 티베트어로 소통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늘 티베트불교에 대한 서먼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달라이라마는 그때마다 적절한 답을 줄 스승을 알려주고 이후 서양문화와 학문에 대한 질문을 서먼에게 쏟아내곤 했다. 프로이드, 물리학, 2차대전사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서먼은 훗날 “달라이라마와 함께한 18개월 동안 나는 그동안 하버드에서 배운 것들을 다 전수했다”고 표현했다.

1965년 그는 달라이라마에게 수계를 받은 최초의 서양인 스님이 됐다. 하지만 몇 년 후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동양의 ‘사찰’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진 ‘대학’에서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환속해 하버드대학에 복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은 언어 재능과 영적 수행이 뒷받침된 그의 강의를 듣고 ‘삶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평한다.

1987년 리처드 기어, 필립 글래스와 함께 티베트하우스를 설립했다. 티베트하우스에는 박물관, 문화센터가 있고 티베트미술과 티베트과학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멘라산속수행센터(Menla Mountain Retreat Center)를 캣스킬산맥에 설립하여 치유의 수행과 힐링, 티베트의학을 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달라이라마와 깊은 우정을 키워온 서먼은 “이제 영웅은 민중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사람이 아니라, 증오심이 일어나도 폭발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기른 사람”이라며 “달라이라마가 바로 그것을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 차드멍탄
구글 사내 명상프로그램 개발
달라이라마 비전에 가장 근접
자비심이타심연구센터 설립
차드멍탄=구글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는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명상에서 전문용어를 제거하고 사람들이 명상을 하고 싶을만큼, 또 기업이 사원들에게 명상연수를 시키고 싶을만큼 설득력있게 명상수행을 재포장하였다. 자신의 명상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언어, 과학을 활용한 설명, 그리고 실제 직장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싱가포르 전국소프트웨어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후 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컴퓨터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구글에 입사했다. 40대인 차드멍탄은 달라이라마의 협력자 중 비교적 젊은 사람에 속한다. 하지만 그 포부와 활동범위에서는 달라이라마의 비전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그가 설립하고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SIYLI)를 통해 향후 20년 내에 최소한 예류과를 이룬 명상지도자를 백만 명 배출해 세계평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자비심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자비이타심연구교육센터(Compassion and Altruism Research and Education; CCARE)를 스탠포드대학에 설립할 때 백만불을 기부한 공동설립자이다. 그는 “자비심이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이 있는지 밝혀지면 자비심 함양도 그만큼 쉬워지고 그리되면 ‘보통사람을 단 4년 만에 달라이라마로 만드는 일’도 가능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리처드 무어
어릴 적 실명에도 낙천적 생활
전쟁 피해 아동위한 단체 설립
달라이라마에게 영웅이라 불려
리처드 무어(Richard Moore)=많은 이에게 알려진 사람은 아니지만 달라이라마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영웅’이라고 부른 사람이다. 이들은 2000년 북아일랜드의 델리 시에서 처음 만났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희생자인 리처드는 순진무구한 10살 소년이었던 1972년 5월 4일 영국군이 쏜 고무총알에 눈을 맞아 실명했다. 그런데 리처드는 총을 쏜 군인에게 화를 내지 않고 “단 하루만에 용서했다”고 말해 모든 이를 감동시켰다. 유머감각과 낙천적 자비심으로 삶을 살아온 그는 이후 1996년 ‘포화 속의 아이들(Children in Crossfire)’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단체는 전 세계 14개국에서 전쟁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해 세계인들의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전개하고 있다. 2007년 7월 자신을 실명하게 한 당시 군인 찰스 이네스(Charles Inness)를 만나 용서를 실천했다. 달라이라마는 “리처드는 공부를 많이 하지도, 수행을 오래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닌 선한 마음과 지혜를 활용했습니다. 그는 시력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멀게 한 사람에게 화내고 그를 증오한다고 해서 시력이 되돌아오진 않아요. 오히려 커다란 관용과 용서로 대했지요. 그러고 난 후 그는 더욱 행복해졌어요. 리처드는 ‘저의 영웅’입니다”고 말했다.

진우기 지엘통번역센터 원장

[1276호 / 201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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