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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아우른 무애도인 춘성 스님을 만나다

  • 불서
  • 입력 2015.01.06 10:27
  • 수정 2015.01.06 10:29
  • 댓글 1

‘춘성’ / 김광식 지음 / 중도

▲ '춘성'
“춘성 선사/ 그는 아예 상좌 하나도 두지 않았다/ 이불 없이 살았다/ 하기야 절 뒤안에 항아리 묻어/ 거기 물 채워/ 물속에 들어가/ 머리 내놓고 졸음 쫓는/ 선정이니/ 기어이 수마를 모조리 내쫓아 버렸으니(…) -고은 ‘만인보’”

만해의 세 상좌 중 유일하게 그 행보를 남긴 춘성은 세간에 무애도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한 자세한 조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책 ‘춘성’은 그의 삶을 상당부분 조명해 그가 왜 무애도인으로 불렸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그동안의 연구를 보완해 펴낸 책은 춘성 스님의 생전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일화와 그를 만나 법을 구했던 스님들의 증언, 그리고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그의 역할 등을 꼼꼼히 추적했다.

호탕한 법문으로 세상을 흔들었던 스님은 13세에 백담사로 출가해 만해를 스승으로 삭발했다. 그리고 20세에 유점사에서 구족계를 받은 후 경학을 공부하는데 열성을 다해 ‘화엄법사’로 명성을 드날렸다.

그러나 “중노릇 잘하라”는 스승의 당부를 새겨 기본적인 글공부를 시작으로 불교 교학에 정통한 강사가 될 정도로 책에 빠져 살았던 춘성의 학문적 열망은 참선 수학을 결심하고 찾아간 만공의 한마디에 달라졌다. 만공이 “스님은 글을 너무 잘하니 글을 놓아야 화두를 주겠다”고 한 이후, 춘성은 평생 글 잘하는 티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만공 회상에서 정진하던 춘성은 1938년 만공을 떠나 독자적으로 수행하고자 수행처를 금강산 유점사로 옮겼다. 그곳에서 정진하던 춘성은 잠이 쏟아지자 수마(睡魔)를 조복받기 위한 극한의 방법으로 물 항아리 수행을 택했다. 법당 뒤에 큰 항아리를 묻고 물을 가득 채운 후 밤마다 물이 가득한 항아리에 들어가 머리만 내놓은 채 물에 잠겼다. 그는 그렇게 살을 에는 고통과 추위를 이겨내며 물 항아리 속 수행을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중 방으로 돌아온 춘성은 “이제 잠은 항복받았으니 방에 불을 지피라” 했고, 이때부터 자고 싶으면 자고, 그렇지 않으면 깨어 수행하는 자유로움을 지닐 수 있었다. 그리고 50세에 양주 흥국사에서 여름 안거 수행 중 문득 꿈속에서 만공이 연꽃을 들어 보이는 것을 보고 교외별전의 한 구절을 깨달았다.

이후 스승 만해의 옥바라지를 할 때 머물던 망월사로 거처를 옮긴 춘성은 겨울날 바위에서 삼매에 들 정도로 참선에 몰입했다. 훗날 그 후유증으로 손과 발에 동상이 걸리고 손톱 발톱이 썩기도 했으나, 그의 정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망월사 선방은 1960년대와 70년대 유명한 수행처가 되었다. ‘도봉산 호랑이’ 춘성이 주석하는 망월사에서 한 철 수행을 하며 춘성에게 선지가 가득담긴 욕 법문을 듣고 안거를 나는 것이 수좌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렇게 진정한 출가자로 무애도인의 삶을 살았던 춘성은 화계사에서 입적하기 전 상좌를 불러 쉼 없는 정진을 당부하고, “87년의 일이란/ 일곱 번 넘어졌다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로되/ 횡설수설이여/ 붉게 타는 화로 위에 한 점의 눈일레라”라는 게송으로 자신의 삶을 갈무리했다.

책 ‘춘성’은 선과 교를 섭렵하고 무애도인으로 살다가 걸망에 죽비, 빼놓은 틀니, 주민등록증, 속옷 하나만을 남겨놓고 떠나간 스님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시대 불교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77호 / 2015년 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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