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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유하는 금강경이란?

기자명 서광 스님

불안한 세상 극복하고 살아갈 지혜 찾기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아마 가장 많은 종류의 해석본과 강의서가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금강경’을 심리치유적으로 해석해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적지 않게 망설여졌다. 경전을 보는 나의 개인적 수준과 수행도 부족할뿐더러, 특히 일정수준의 깊이를 요구하는 ‘금강경’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응용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여기서 연재하게 될 내용들은 그냥 공부하고 배우는 입장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실제 삶의 현장과 문제에 적용해보려는 일종의 시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둬야 할 것 같다.

경전 읽기로 마음 치유 시도
실제 삶 현장과 문제에 적용
우리 필요에 맞게 해석할 것

‘치유적’ 관점에서 ‘금강경’을 본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경전치유’, 즉 경전읽기를 통한 마음치유를 의미한다. 이는 ‘금강경’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 인간관계, 세상을 이해하는데, ‘금강경’으로부터 우리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어떤 지혜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금강경’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는 ‘금강경’을 읽는 우리들의 필요에 맞게 활용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우리 불자들은 무조건 삼보에 귀의하고 헌신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삶의 의문들이 해결되고, 그래서 인생이 변하고, 사랑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불교를 위해서 헌신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제대로 될까도 의문이고, 어쩌면 어처구니없어 보일지도 모른다는 염려스러움에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다음의 설명으로 대신해볼까 한다.

수년 전 우연한 기회에 귀한 말차 잔을 선물 받았었다. 도자기의 색깔이며 질감, 모양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제법 있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말차를 제대로 탈 줄도 모를뿐더러 평소에 자주 마시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선반에 잘 모셔두고 가끔 쳐다보고 즐겼다. 하루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였는데 마땅한 국그릇을 찾다가 문득 말차 잔이 눈에 들어왔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차 잔에 된장국을 담아서 먹게 되었다. 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날의 된장국 맛은 특별했다. 그 이후로 말차 잔은 나의 국그릇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반스님이 방문했는데, 고급스런 말차 잔이 국그릇으로 쓰이는 것을 보고 잠시 놀라더니, 이내 평정심을 회복하고는 “그럴 수 있지 뭐, 말차 잔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말차를 담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라고 혼잣말처럼 했다.

말차 잔을 만든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자신의 예술품을 모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의 눈에는 사치스런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고, 그릇 값을 생각하는 사람 눈에는 그야말로 돼지 목의 진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차 잔을 경험하는 자로서의 나의 입장에서 보면 선반에 모셔놓고 어쩌다 쳐다보며 소유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나는 말차 잔을 즐기고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치유하는 금강경 읽기’가 어떤 의미에서는 말차 잔을 국그릇으로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갈수록 살아가는 일이 벅차고,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형태로든 필요에 맞게 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솔직히, 의도대로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그냥 시도자체에 의미를 둘 것이다. 다만 여시아독/해(如是我讀/解:나는 이렇게 읽었다/이해했다)의 자세로 경을 읽어가면서 이 불안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되는 건지, 당면한 우리들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금강경’이 던져주는 지혜, 메시지가 뭔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참고로 교재는 무비스님의 ‘금강경오가해’(불광출판부)를 사용하고, 나 자신의 이해를 위해서 가끔 규봉 종밀선사의 해석에 의지할 것임을 밝혀둔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77호 / 2015년 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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