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분단 70년
광복 70년 분단 70년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5.01.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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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광복 70주년이다. 35년간에 걸친 치욕적인 일제지배를 청산하고 나라를 되찾은 지 꼭 70년이 됐다. 아픈 역사라지만 일제강점기도, 광복 이후의 70년 세월도 5000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반딧불 같은 찰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온전하게 나라를 빼앗긴 것은 처음이기에 아픔과 치욕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과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최하위 빈곤국가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세계 9위의 교역대국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도 이제 3만 달러를 앞두고 있다. 지구촌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처럼 짧은 기간에 오뚝이처럼 일어선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기적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광복은 기쁨이면서 또한 시련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해방과 동시에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광복 70년은 분단 70년의 다른 기록이기도 하다.

놀라운 경제적 성과 이뤘지만
정의 말하기 어려운 역설의 시대
남북 화해, 끈기있는 대화 필요
조계종 통일선언문 발표에 기대


분단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도 전에 좌우익으로 나눠 극심한 사상투쟁을 벌였고 그 뒤 일어난 6.25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은 한반도를 온통 죽음의 광기로 몰아넣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채 가장 저주스러운 욕을 퍼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 토론을 통해 바른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특히 친일부역자들이 우익으로 둔갑해 오히려 독립투사를 빨갱이로 매도해 처단하는 역주행의 역사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그림자로 우리 발목을 붙들고 있다. 그래서 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경제적 성취를 이뤘지만 누구에게도 정의롭고 바르게 살라고 말하기 힘든 불우한 시대가 됐다.

남북의 분단은 불교의 분단이기도 했다. 전통의 분단이며 정신의 분단이었다. 그럼에도 지난세월 남북의 불자들은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남북 양쪽에게 불교는 흡사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탯줄과도 같았다. 남북은 불교의 틀 안에서 같은 문화와 정신을 공유하고 있으며 동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의 호전적인 관계는 불교의 자비사상이 아니면 치유하기 힘들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남북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럼에도 남북의 불교는 끈기 있게 만났다. 한때 금강산 관광시대를 열었고 남북의 불자들이 함께 금강산에 신계사를 복원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년 합동기념법회를 갖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북의 정부가 분단 70주년이라는 역사적 무게를 의식했는지 연초부터 서로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대화가 얼마나 진전을 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계종은 올해 공존과 상생, 합심을 호소하는 통일선언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분단 70년을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봄과 가을, 대흥사와 묘향산에서 열렸던 서산 대사의 제향을 복원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스님들을 남북불자들이 함께 기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김형규 부장
두꺼운 외투를 벗기는 것는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일 것이다. 증오는 폭력이 아닌 사랑과 자비로만 녹일 수 있다. 북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화해의 길로 나오게 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과 끈기 있는 대화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道)에 어그러짐이 없다’는 뜻이다. 분단 70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남북화해를 위해 마음을 모았더라면 통일에 대한 믿음은 이제 종심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좌파’와 ‘빨갱이’를 입에 달고 분단을 정당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적지 않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불교계의 통일선언문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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