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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학회지 논문심사 왜 문제인가

  • 기자칼럼
  • 입력 2015.01.12 11:30
  • 수정 2015.01.14 10:53
  • 댓글 1

불교학자 A씨는 몇 해 전 학회지 논문심사 결과를 생각하면 지금도 서운함을 감출 수 없다. 심사자 3명 중 2명이 전체 논지에 대한 지적 없이 몇 개의 오·탈자를 문제 삼아 ‘수정 후 게재’ 심사를 내렸다. 더군다나 나머지 1명은 ‘게재불가’로 판정했다. 학회 측에 반론함으로써 결국 게재는 됐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게재불가’를 줬던 심사자가 논문이 아닌 자신에 대한 감정 표출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불교학자 B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논문에서 초기불교의 천신(天神)을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심사자 중 1명이 “극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는 짧은 평과 더불어 게재불가를 내렸다. 그러나 초기불교에 대승의 극락 개념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의 견해만 고집해 몇 달 간 노력을 들여 완성한 논문을 게재 가치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처음엔 이런 학회에 굳이 논문을 내야하나 싶었지만 자신의 입장은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반론을 폈고 논문도 게재했다.

불교학자 C는 불교와 문학을 접목한 논문을 학회에 제출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게재불가’ 판정을 받았다. 평가내용도 짤막하고 납득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다. 나중에 그 심사자와 우연히 얘기할 기회도 있었다. 이때 그 심사자는 “○○○선생님이 쓰셨다면 ‘게재’를 줬을 텐데 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C는 불교학계가 아닌 문학계통 학회에 다시 논문을 투고했고, 그쪽 평가자들로부터 “대단히 좋은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아직 불교학계의 심사수준이 논문 자체로 평가되기보다 편견과 감정에 이끌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불교학계에는 학술지를 꾸준히 발간하는 학회나 연구기관이 20여 곳에 육박한다. 이들 학회는 매년 1~4회 투고논문에 대한 심사과정을 거쳐 학술지를 펴낸다. 그러나 논문심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심사와 평가가 있는 곳에 반발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투고자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회의 논문심사가 공정하지 못한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학회에서 심사자들에게 2~3만원의 심사비를 주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학술지는 학회의 존립 이유이고, 학술지에 의해 학회가 평가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전공자가 한정됐더라도 가급적 논문을 적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심사자를 선정해야 한다. 또 빈 공백만 주고 심사자가 알아서 평가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논리성, 선행연구, 원전어 정확성, 창의성 등 심사항목을 마련해 이를 채울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성이 결여된 평가를 자주 내리는 심사자에게는 불이익을 줄 필요도 있다. 타당한 비판은 논문의 완성도를 크게 높인다. 그러나 불성실한 평가는 학자의 의욕을 꺾고 자존감에도 깊은 상처를 준다. 그 책임으로부터 심사자는 물론 학회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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