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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에 맞는 인생속도를 생각하라

기자명 서재영
  • 법보시론
  • 입력 2015.01.12 15:01
  • 수정 2015.06.11 10:48
  • 댓글 0

무상신속이라고 했던가?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후딱 흘러갔다. 낙하하는 물체에 가속도가 붙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수록 새해가 되면 더 열심히 살겠다고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각오를 다져도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면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불안이 가시지는 않는다. 삶을 돌아보면 남들에 비해서 내가 이룩한 것은 부족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30대에 해야 할 일, 4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50대에 당장 해야 할 일과 같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접하면 더욱 마음이 다급해진다. 심지어 공자님도 마흔이 되면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不惑), 쉰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知天命)고 했으니 나이가 들어도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42장경’에 보면 ‘파차불행(破車不行)’이라는 구절이 있다. 너무 서둘러 말을 몰고, 과도하게 짐을 실으면 수레가 망가져 여행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레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몸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조급해지는 반면 수레는 점점 낡아서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시작하고, 하나씩 고장 나는 부분이 생겨난다. 그 때 속도를 늦추고 적당히 짐을 내려놓고 고장 난 수레를 돌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40대에 무엇을 이루어야하고, 50대에 어떤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증에 쫓겨 내달리면 수레는 망가지고 그 순간 삶이라는 여행도 끝나고 만다.

달리는 자동차의 성능이 저마다 다르듯이 사람마다 삶의 속도와 하중을 버티는 힘도 다르다. 타고난 체력이 각자 다르고 저마다 건강여건도 상이하다. 그래서 자신이 타고 있는 수레의 상태를 잘 알고 그에 맞는 속도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의 체력을 부러워하거나 자신의 저질체력을 한탄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나마 이만큼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것도 내가 타고 있는 수레 덕분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타고 있는 수레의 상태를 알고 겸허히 받아들일 때 삶에 대한 감사와 만족이 온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처럼 전력질주해서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는 경주가 아니다. 사람마다 도달하는 지점이 다르고 저마다 속도도 다르다. 그 차이가 삶의 다양성이며 그 다양성이야말로 살아있음이고 풍요로움이다. 그런 이치를 모르고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너나할 것 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면 수레는 망가지고 그 때 삶은 위태로워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삶이 수레의 상태에 의해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똑같은 수레를 가졌어도 마부의 재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도달하는 목적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차불행’과 함께 짝을 이루는 말씀이 ‘노인불수(老人不修)’이다. 몸이 늙고 병든 노인은 도를 닦을 수 없다. 이 말은 늙고 병든 사람을 향해 이제는 수행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늙고 병들면 닦으려 해도 닦을 수 없음으로 스스로 성찰하고 지금 노력하라는 경책의 말씀이다.

결국 인생이라는 여행을 행복하게 하려면 마부와 수레의 적절한 긴장과 이완이라는 조화가 필요하다. 수레의 조건을 무시하고 내달리는 것은 경차를 탄 사람이 고급승용차를 추월하겠다는 것과 같다. 반대로 수레가 잘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광에 눈이 멀어 가던 길을 멈추고 꽃놀이에만 몰두하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자신이 타고 있는 수레의 상황을 잘 관찰하고, 수레의 조건에 따라 적절한 속도로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지혜로운 여행자다.

다시 한 해를 시작했다. 앞으로 내달릴 생각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의 수레부터 잘 챙겨보자. 그리고 자신의 역량에 맞는 속도로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행하자. 그것이 중도의 가르침을 삶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puruna@naver.com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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