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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갈수록 조로화…논문심사 공정성 확보 시급”

  • 교학
  • 입력 2015.01.16 22:59
  • 수정 2015.01.24 11:50
  • 댓글 2

조명제 신라대 사학과 교수
‘문/사/철’ 겨울호서 지적
불교 학회 제반 문제점 비판
학회 아우르는 협의체 필요
연구사·리뷰 전문 저널 절실
투고료 없앨 방안도 찾아야

▲ 조명제 신라대 사학과 교수.

“발표자가 갈수록 조로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학회를 가더라도 50대 이상이거나 대학 교수가 논문 발표를 잘하지 않는다. 불교학계도 발표비 후원을 받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중진학자는 소장학자가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고 한 마디 코멘트를 하거나 격려하면 좋은 것이고,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풍토처럼 보일 정도이다.”

조명제〈사진〉 신라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불교연구소가 발간하는 ‘문학/사학/철학’ 겨울호(통권 제39호)에 발표한 ‘불교 학회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통해 불교 학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교 학회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비판과 대안들은 향후 학회들이 조직을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먼저 불교학계의 현안 문제나 현실적으로 공동대응이 필요한 때에 학계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체 결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역사학계의 경우 20개 관련 학회로 이뤄진 협의체가 교과부에 맞서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윤리, 지리 등과 같은 전공 영역은 학계 전체가 뭉쳐서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나선다는 것. 이에 비해 불교학계의 현안 문제에 대한 대응은 안이하거나 무대책이라고 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불교평론’ 폐간 논란 때에도 학회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현재 중고교 교과서에서 불교 서술이 대폭 줄었음에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불교학의 학문적 위상이 낮은 현실에서 불교학계는 학회 협의체를 통해 학문적이든 현실적이든 불교의 외연을 넓히고 학문적 시민권을 모든 학문 영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외연의 확장은 불교학계 학문후속 세대의 활동공간을 넓히고 이들의 안정적인 연구 여건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학회 조직과 운영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학회가 지나치게 임원진 위주로 운영되거나 심지어 회장의 독선으로 학회가 분열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두 사람에 의존하는 조직이 아니라 운영위원회 와 같이 보다 많은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운영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학회의 어려운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학회지의 전자저널 대체, 학술발표 자료집 유료화, 뒤풀이나 식사비용 갹출, 과도한 발표비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학회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의례적인 발표와 토론이 계속되다보니 대학원생 등 학문후속세대에까지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표는 가능하면 짧게, 토론은 길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며, 발표문은 1주일 전에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회원 모두에게 메일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자도 사전에 지정해 깊이 있는 질문과 지적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양한 전공자로부터 질문을 받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학회의 기획력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불교학계는 고답적인 주제에 매달리거나 학계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진부한 불교 논리와 인식으로 시대적 고민과 새로운 과제, 담론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전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인문학 나아가 사회과학, 자연과학까지 포함해 전반의 새로운 지식 담론을 적극 수용해 불교적 담론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특정 문중이나 사찰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대해 비판했다. 특정 문중이 후원하면서 특정한 의도와 결론에 맞추는 기획발표나 연구가 정말 학계에 반향을 일으킬만한 수준 높은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오히려 발주자의 의도에 맞춘 연구는 학문적 자유를 담보하지 못하거나 학문의 왜곡까지 일어날 수 있음을 질타했다. 특히 그는 길게 보면 연구비 지원이 독이 되거나 학자로서의 양심까지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러한 관행이 마치 정상인 듯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학술지 간행에 대한 문제도 거론했다. 하나의 주제를 오랫동안 깊이 있게 파고드는 글은 고사하고 비슷한 주제와 시각으로 비슷한 글이 복제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논문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비평문화가 없고, 그 결과 연구사 정리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는 풍토를 바꾸려면 불교 학회에서 리뷰 중심의 저널을 만들어 불교학 연구 동향을 매년 특집 형식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회지 논문 심사와 관련해서는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다. 심사자의 편협한 시각과 일방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흔히 서론, 본론, 결론의 구도 아래 구축하는 글쓰기를 전범으로 강요하는 풍토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심지어 어떤 학회에서는 편집위원장이 자기 논문을 투고하면서 불리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비정규직 강사에게 맡기는 일이 있으며, 등재지 유지를 위한 편법도 벌어지고 있음을 털어놨다.

이밖에 그는 논문을 게재하는데 30만원 안팎의 게재료를 받는 풍토를 개선할 것과 불교사학회 등 보다 전문화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학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교수는 “21세기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모순과 맞서서 제대로 된 성찰과 대응을 제시할 수 없는 학문이라면 불교학이 발전하기는커녕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며 “학문의 제도적 기반이 약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회라는 좁은 틀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사철 겨울호에는 △분황 원효 전기의 서지학적 고찰(손자영) △일반성의 철학과 포노로지-여성시대를 위한 ‘소리철학’ 시론(박정진) △‘시천지’ 동인 결성 20년 기념 일곱 번째 사화집 ‘뜸’(고영섭) △강소연의 미술사 기행(19) 불화와 함께 보는 경전이야기4-선재동자 이야기(2) △선어난만-일용이부지(정영식) △넓은 가슴, 큰 마음 되비쳐 주는 한겨레의 업경대(명계환) △삼국유사 완독 기념법회(계미향) △서울의 원효 답사기행(강미영) 등이 수록돼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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