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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살을 맞으며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1.19 13:00
  • 수정 2015.10.22 12:10
  • 댓글 0

올해로 제 나이가 50살이 됐습니다. 10년 터울이 될 때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고 홍역을 치릅니다. 생각이 머리에서만 돌고 정리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내 머리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한 참을 적고 또 적어보았더니 좋은 생각도 있고, 엉뚱한 생각도 있고 절망도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적힌 한 어구가 있습니다. ‘도대체 알 수가 없구나.’ 그리곤 끝을 맺었습니다.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지만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아
주변 살피며 대화하다보니
아픈 마음도 저절로 치유돼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한다고 모두 얻을 수 없듯, 좋은 생각도 모두 이룰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발견은 좋은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좋은 것을 왜 하지 못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이 게으른 못난이로 보였습니다. 이젠 좋은 생각들이 있어도 적어는 두지만 그것을 잡으려고 쫓지는 않으려 합니다.

50살을 맞이하면서 이제 철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선 40대를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부처님 곁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말입니다. 제가 처음 이 절에 왔을 때 40살이었습니다. 조촐한 식구들이지만 수고하신 전임 주지스님을 잘 보내드리기 위해서 이취임식을 준비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10년을 있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때도 말은 했지만 그냥 나를 조금 믿어달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습니다. 함께할 식구들도 들여야 했습니다. 절 살림을 맡을 분을 신도님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모셨습니다. 그 분이 이제 60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살림을 해 주고 계십니다. 또 한 분은 기획실장이었습니다.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큰 행사를 많이 치러본 전문가였습니다. 우선 우리 절을 함께 안정시키고 활동을 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식구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되고 명절이 되면 인사말을 적은 카드를 보내야 될 분들이 100여명이 넘어서는 것에 늘 놀랍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손길과 발길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됩니다. 돌아보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했고 늘 그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해주시고 함께 그 길을 걸어주신 분들이 그 식구들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얼마나 어설프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허물도 많았겠지요. 실수도 참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고 했다가 다음날은 저렇게 하자고 하고, 늘 이랬다 저랬다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늘 제 허물을 감싸주고 지켜주신 분들이라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고맙습니다. 이제 주지 역할이 너무 힘들다고 1년 넘게 투정하고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새로운 주지스님을 모시고 저는 살림걱정 하지 않고 선방과 교육만 맡아서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훌륭한 도반스님을 모시고 한 달 정도 시도했는데, 갑자기 주지발령이 나면서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나의 모습을 다시 돌이켜 봅니다. 힘들다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지난 주 5일 동안 종무원들과 막장 마음나누기를 매일 오후마다 3시간씩 가졌습니다. 서로가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일에 쫓겨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아무런 준비 없이 노트나 교재도 없이 지금 자신의 마음을 느끼는 그대로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한 분씩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듣고 보니 몸과 마음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의 아픔을 통해서 나의 아픔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저의 불만은 사라지고 다시 의욕에 차있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아! 그냥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고 힘이 난다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 된다는 것은 불만스러움이 있다는 호소입니다. 자신의 힘든 마음을 누군가와 힘껏 나눌 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서로에게 관세음보살이 되며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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