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함께 살아야 하나
왜 함께 살아야 하나
  • 조승미
  • 승인 2015.01.19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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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떠들썩한 사람들 속을 빠져 나오면 혼자 사는 집으로 각각 돌아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TV를 보고 혼자 잠을 간다.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40~50대 독신자, 그리고 돌싱으로 불리는 이혼 남녀, 자녀교육 때문에 기러기가 된 중년남성, 그리고 독거노인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에 급증하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1인 가구 수의 비율은 2000년에 15.5%였던 것이 2012년에는 25%가 넘었으며, 그 비율은 향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이들 나 혼자족의 삶을 다룬 것이 많아졌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자 하면서 생활의 정보를 제공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노인의 경우 그 고독함을 견디기 어려워 자살하는 사례가 지난해 한 해 동안만 600~700명 정도라 한다.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가 된 것은 이처럼 개별화된 삶의 구조에 갇히게 된 것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다시 ‘가족’을 공고히 하는 것이 대안은 아닌 듯하다. 전 구성원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폭력과 자살, 심지어 살해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가족’의 틀 안에서 일어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족주의 의식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로 현실에서는 이 구조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가 모색되기 이전에 바로 개별화된 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최근 10여년 동안의 변화는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희망을 찾아볼 수 있는 실험적인 삶의 형태들이 있다. 바로 집을 공유하고 같이 사는 코하우징(co-housing) 주거문화가 그것이다. 같이 사는 주거 문화는 먼저 농촌 노인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개조하여 공동주거공간으로 사용하자 노인들의 고독사가 현격히 감소하였다. 이웃의 온기와 삶의 활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시작된 것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어 현재 10여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다.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결합되어 이룬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공동주택이 노인들에게만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셰어(share)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 할 수 없이 공유하게 된 것도 있지만, 주방과 거실을 공유함으로써 삶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코하우징 문화는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에서 시작되어 영국, 독일, 일본 등으로 확대됐다 한다. 입주자들은 개인 공간의 확보와 함께 공동 공간의 생활도 모두 중시한다. ‘따로 또 같이’의 생활방식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핀란드의 한 노인전용아파트인데 이들은 개인의 생활을 누리면서도 저녁마다 공동주방에 모여 식사하고, 공동시설의 일은 당번제로 수행한다. 요양원과 같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돕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노인들이 매우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은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 혹은 그렇지 못할 때 불행함을 느끼게 된다. 이 가장 기본적인 행복이 가족 안에서조차 누리기 어려워진 시대에 가족구조를 넘어서 개인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찾아가는 새로운 문화를 목격하게 된다.

이처럼 공유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계속 진화한다면 그동안 소유하고 경쟁하던 삶의 방식에 기반한 종교형태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어디에서 시작될 것인가. 현재 사찰은 많은데 너무 개인화되어 절 없는 스님들이 많으니, 사찰을 공유하고 새로운 방식의 협업으로 운영하는 실험은 어떨까. 이런 사찰이 불교를 더 활기 있게 만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조승미 서울불교대학원대 연구교수 namutara@gmail.com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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