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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 닦는 새해가 되자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서럽다여
서럽다 우리들이여
공덕 닦으러 오다“

신라시대에 양지(良志)스님이 영묘사(靈廟寺)에 진흙으로 장육삼존상(丈六三尊像)과 천왕상(天王像) 및 전탑(殿塔)의 기와를 만들 때에 온 성 안의 남녀들이 다투어 진흙을 운반하면서 불렀다는 향가 ‘풍요(風謠)’이다.

새해가 밝았다. 작년은 종교의 의의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뜻 깊은 해였다. 세월호 참사는 삿된 종교집단이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불자로서 올해 과연 어떻게 살아야하나?’라는 화두에 생각이 미칠 때 문득 이 풍요가 떠올랐다. 참으로 아름다운 향가라고 느껴진다. 불교의 인생관과 수행의 대의가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중생(衆生)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그중 하나가 자꾸 자꾸 태어나는 존재라는 뜻이다. 싫어도 자꾸 태어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태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다가온다. 이 세계는 중생마다 각기 다르다. 꼭 같은 세상에 사는 중생은 없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관찰자인 중생에 독립적인 절대적 시간과 공간이 존재할 수 없음을 밝혔다.

중생은 끝없이 각기 다른 세상으로 태어나 사라진다. 또는 끝없이 다른 세상이 중생에게 다가와 사라진다. 그런대 오는 세상마다 괴로움이 가득해 중생은 서러운 존재이다. 이것이 불교의 인생관이다. 부처님은 중생의 서러운 살림살이를 ‘모든 것이 괴로움이다 (一切皆苦)’라고 간명히 밝히셨다. 부처님은 서러운 세상을 영원히 작별하는 길을 가르쳐주려 오신 분이다.

‘풍요’는 인생의 의의가 또는 불교 수행의 요지가 공덕을 닦는 데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공덕이 중생에게 끝없이 다가오는 서러운 세상을 마감하는 길임을 가르치고 있다. 공덕은 어떻게 닦는가? 불국토를 장엄하며 닦는다. 양지스님이 영묘사에 진흙으로 삼존상과 천왕상 그리고 전탑을 조성하고 대중들이 이를 도와 진흙을 나르는 것이 모두 불국토를 장엄하는 수행이다.

공덕은 무엇을 뜻하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공덕은 보통 계정혜(戒定慧)삼학을 닦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어떤 선지식은 공덕(功德)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즉 “남에게 물질을 베푸는 것이 공이고 자신에게 귀의하는 것이 덕이다 (施物曰功 歸己曰德)”라 했다.

남에게 물질을 베푸는 것은 재시(財施)로서 보살의 육바라밀 수행의 으뜸인 보시의 한 가닥이다. 요즘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재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시 하나만 철저히 수행하면 나머지 다섯 바라밀도 다 같이 성취된다고 한다. 또 계정혜 삼학을 함께 닦는 것이라 한다.

자신에게 귀의하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참나(眞我)를 찾아 귀의함을 말한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이나 ‘이뭣고’의 화두참구를 뜻한다. ‘세상 모든 것이 가짜이고 허망하며 오직 부처님만이 진실하다(世間假虛 唯佛是眞)’라 한다. 모든 것이 허망한데 재물인들 예외일 수 없다. 그 허망한 재물에 목을 달고 매달리느니 차라리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자성미타(自性彌陀)’란 ‘아미타불’이 곧 선종에서 애타게 찾는 ‘이뭣고’임을 말한다. 일심으로 염불하는 것이 곧 일심으로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염불에는 보너스로 부처님의 확실한 가피가 따른다.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니 재물 등을 탐하지 말고 남에게 베풀고 일심으로 염불하자. 이것이 공덕을 닦아 불국토를 장엄하는 길이고 오고 또 오는 서러운 세상을 영원히 작별하는 길이다. 올해는 일심염불로 인생의 진정한 의의를 살리자.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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