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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으로 살아갈 자유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1.26 11:56
  • 수정 2015.10.20 18:14
  • 댓글 0

만약 내 아기가 다른 집 아기보다 늦게 걷기 시작한다면, 혹은 옆 집 아이에 비해 영어도 수학도 심지어 운동도 못한다면, 어울리던 또래 친구들은 다 원하는 특목고에 진학을 했는데 내 아이만 가지 못했다면, 다른 남편들은 잘만 진급하는 것 같은데 우리 남편만 진급을 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남들과의 ‘비교’에서 옵니다.

현실 자체는 나쁜 일 없지만
다만 비교가 괴로움 만들어
박탈감보다 우월감 더 위험
당당하게 독자적으로 살아야

현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사실 좋거나 나쁜 일은 없습니다. 사실은 나보다 더 못한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느린 사람도 많지요. 아이들은 글자를 빨리 뗄 수도 있고, 늦게 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자기만의 속도일 뿐,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자신만의 삶의 속도가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들과 비교함으로써 조바심 내는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세상이 더 잘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치켜 주고, 박수쳐 주다보니 거기에 휘둘리지 않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논리에 나도 따라감으로써 잘하는 수많은 이들 보다 내가 못한 것에 대해 끝까지 괴로워하는 것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논리나, 시선이나, 판단에서 벗어나, 초연해져서 나와 내 가족이 걸어가는 우리만의 속도를 인정하고 허용하며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결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더 잘났거나 못나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과 독자성을 지닌 놀라운 신비이지요. ‘비교’를 하게 되면 우리는 끝까지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만날 것이고, 이 세상 곳곳에는 나보다 더 잘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기에, 그들과의 비교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패배자이고, 침체기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요즘에 부모님들 중에는 내 아이가 국어도, 수학도, 영어도, 피아노도, 태권도도, 축구도, 미술이며 한문까지 모두 다 잘 하기를 바라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또한 끝도 없는 스펙을 요구하며, 무엇이든 다 잘하는 슈퍼맨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니,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만약에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 부모님은 그 아이를 아름답게 키운 것이 아니라, 내 욕심으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혹사시켜 온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삶에서 참된 행복을 찾으려거든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비교’하는 마음입니다. ‘비교’에서 오는 삶의 특징은 언제나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의 비교열등에서 오는 자괴감,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으로 언제나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잘 나가고, 능력을 인정받는 순간에 조차 불안할 뿐 아니라, 승승장구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남들을 업신여기고,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오히려 비교열등의 박탈감보다 비교우위의 우월감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비교’를 내려놓는 삶, 남들에게 영향 받지 않는 삶은 비교우위도 비교열등도 없기에 언제나 자유롭고 순탄하며 행복합니다. 남들의 시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요.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의 길을 걸어 갈 뿐입니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사실 우리는 늘 남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진급에서 떨어지거나, 대학을 조금 안 좋은 곳에 갈 때 남들이 나를 무시할 것 같이 느끼는 것이지요. 사실 남들이 나를 평가절하하거나, 얕잡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인 것이지 내 문제가 아닙니다. 남들에게는 나를 평가할 자유를 주세요. 남들이 나를 욕할 자유를 허용해 주라는 것이지요. 남들이 나를 무시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 자신답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당당하게 독자적으로 살아갈 자유를 선물해 주시기 바랍니다.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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