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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약속한 마애불성역화, 수공이 철거하라니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01.26 12:38
  • 수정 2015.02.13 14:00
  • 댓글 0

충남 보원사지 지근에 세계 최고의 걸작이 숨 쉬고 있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 국보로 지정된 7개 마애불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이유는 친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누구라도 그 미소 한 번 보면 저절로 미소로 답하게 되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은 대략 200여 개. 지역에 따라, 마을에 따라 형상도 제각각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애불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풍토는 물론 그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애불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했었다. 그러던 중 경북 의성에서 마애보살좌상이 발견됐다. 낙단보 마애보살좌상은 우여곡절 끝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32호로 지정됐다. 국가 지정문화재로 가지정됐다가 보물로 지정하기에 미흡하다는 문화재청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데 일각에서는 문화재청이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자체로 전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 와서 보물급이냐, 도 지정 문화재급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낙단보 마애불 가치가 국가지정 보물로 논의될 만큼 매우 높았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헌데, 수자원공사가 종교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확히 말하면 임시천막 법당인 마애사를 철거하라는 것인데, 얼토당토않다. 수자원공사가 기억해야 할 건 이명박 정부가 마애보살상 발견 당시 ‘마애불 주변 성역화와 주변 부지의 종교용지 활용을 약속’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허나 그 약속은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성역화는 고사하고 지자체의 관리 허술로 인해 마애불 주변에서는 음주, 흡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이를 보다 못해 관할 교구본사인 고운사가 직접 나서 임시법당 마애사를 마련해 주변을 정리해 가며 성역화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철거라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다르니 ‘성역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인가? 정부가 약속한 사안을 수자원공사가 갑자기 제동을 건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뒤에서 ‘구두로 철거’하라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으니 국가에서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공사(公社)’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철거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던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철거 운운을 접고 불교계에 공개 참회할 일이다. 그것이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공사(公社)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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