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도명상수련원-상
오곡도명상수련원-상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5.01.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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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좌선이라는 절절함으로 ‘무’를 들라

▲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생을 떠나려는 마지막 순간에 앉는 ‘최후의 좌선’. 화두 드는 법은 간절함 뒤의 일이었다. 한 수행자의 절절한 ‘무~’ 외침이 오곡도의 어둠을 벴다.

갇혔다. 배는 떠났다. 통영 척포항에서 출발한 낚싯배는 10분 뒤 한려수도 외딴 섬 오곡도에 사람들을 내려주고 곧바로 작은 선착장을 떠났다. 기대 가득 싣고 오곡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던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저마다 배에 실었던 사연들이 물거품으로 일었다.

집중수련회 참가자들 12명
오곡도명상수련원서 6박7일
간화선으로 대자유 찾고자
외딴섬에 가두고 마음 출가

묵언·차수 등 수행예절 익혀
조주 ‘무’자 화두 받아 지녀

“잡념 없이 성성이 화두 들어
불성 꽃 피우겠다” 간절히 발원

스물셋. 서울서 5시간 걸렸다. 강제로 끌려왔다. 아버지가 신청했다. 정신 차리고 오라는 불호령을 어기긴 어려웠다. 집에 있기 싫었고 친구 만나는 일이 좋았다. 사소한 친구 인연까지 챙기며 집착 가깝게 신경 쓰고 살았다.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하던 차였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잠깐 일하다 관뒀다. 상주에 있는 고시원에서 막 4년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의구심이 들었다. 마음도 내키지 않았다. 공부해야 하는데 왜 오곡도에 가야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날 대구에 들러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며 이상한 곳(?)에 간다며 욕했다. 까만 운동복에 검은 가방 하나 둘러 멘 김준원(23)씨는 옷 색깔처럼 어두웠다.

▲ 바다를 건너 오곡도로 안내하는 낚싯배. 해탈의 섬에 닿으면 버려야할 뗏목이다.

김사업 오곡도명상수련원 부원장이 오면서 상념은 잠깐 숨었다. 선착장에서 수련원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10분 정도 더 올라서야 했다. 수행자 12명은 6박7일 동안 먹을 쌀과 반찬거리를 하나씩 짊어졌다. 숨은 금방 턱에 찼다. 가고 쉬기를 여러 차례. 연장자라고 가벼운 짐을 들게 한 것이 송경환(70·적멸)씨를 못마땅하게 했다.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잘 죽고 싶다는 그에게 나이는 더 무거운 짐이었기 때문이다.
선(禪)에는 지각생이었다. 62세 때부터 3000배로 수행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해인사 백련암서 ‘적멸’ 법명을 받고 곧바로 제주 법성사로 향했다. 3박4일 아비라를 마치니 100일 기도를 권했다. 하루 3000배씩 100일을 회향하고 하루 1000배씩 2년, 600배씩 3년하고 지금은 300배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수행에 걸림이 되지 않는다 여겼던 그였다.

툭, 가슴 속에서 뭔가 떨어졌다. 몇 년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60세 이상은 수행자로 잘 받지 않는다는 수련원 설명을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 선은 젊은 날 꿈꾸던 수행이었다. 혼자 책보고 앉아 30분씩 좌선을 해왔다. 그러나 암만해도 화두는 잡히지 않고 뜬구름만 잡았다. 서울 딸네 집서 손주를 보던 지난해 여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이 선을 향한 마음에 다시 불을 지폈다. 내가 찾던 거다!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라는 장휘옥 오곡도수련원장 책이었다. 사위와 마주 앉아 말을 꺼냈다. “수행하러 가야겠으니 돈을 대라.” 수련원 홈페이지에 집중수련회 공고를 보고 지체 없이 돈 입금하고 신청했다. 그렇게 떼쓰며 왔건만, 초장부터 노인취급이었다.

사과를 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성분이나 모양 등에 대해 분석한 설명으로 알거나 직접 먹어 보는 법이다. ‘듣고 읽은 것’에 매이면 헛물만 켜기 십상. 직접 화두참구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사립문 안에 들어서니 휴대폰은 ‘서비스 안 됨’이었다. 사과 깎아서 먹여 달라는 선 수행자에게도 ‘서비스 안 됨’이다. 도망치려 해도 돌아가는 배 역시 ‘서비스 안 됨’이다.

참선에 관심 갖고 불교를 기웃거리던 이미향(58)씨는 머리로만 살았다. 선을 동경만 했지 정작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어려웠다. 오곡도 기사를 접하고 나서 용기를 가졌다. 책 ‘새처럼~’을 앉은 자리에서 세 번 탐독했다. 오곡도 홈페이지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85만원 수련비를 지불하고 덜컥 신청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이 용기를 삼켰다. 선사들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겁이 났다. 맛 좋게 보이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싶던 마음은 꼬리를 감췄다. 병을 핑계 삼아 안 가려했다. 결국 돈이 아까워 배에 몸을 실었다. 수련비는 ‘절대 반환불가’였다. 정말 간화선을 하고 싶은 정예부대만 받는 오곡도 방침이었다. 섬에서 도망도 당연 ‘불가’였다.

입재식은 간단명료했다. 그러나 깊었다. 108배 후 지심으로 예불 드리고 곧바로 발원을 세웠다. 1주일 동안 360개 뼈마디와 8만4000개 털구멍을 총동원해 좌선하기를 바랐다. 잡념은 흔적 없이 사그라지고 화두만 성성이 살아있기를 원했다. 험난한 세상에서 진흙 속 연꽃처럼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자 했다. 일상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마음 다해 깨달아 우리 속의 불성을 꽃피우겠노라 다짐했다.

 
김사업 부원장은 청규로 묵언을 꺼냈다. 말 따라 사방팔방으로 달음박질치는 마음을 붙드는 수행이었다. 그리고 차수, 좌복 선 맞추기, 소등, 나가는 방향으로 신발 가지런히 놓기 등 수행자의 자세를 강조했다. 매사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신 차려라.”

‘무(無)’다. 수행자들이 참구해야 할 화두는 조주 선사의 ‘무’였다. 김사업 부원장은 고집, 지식, 경험, 기억 등의 ‘창’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볼 수 없다고 했다. 화두는 ‘창’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창’을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이해하니 그르친다고 일렀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 자리서 결코 일어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 마음이 필요했다. 간절함이라고 했다. 이번 좌선이 내 인생 마지막이라는 각오가 중요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생을 떠나려는 마지막 순간에 앉는 ‘최후의 좌선’. 화두 드는 법은 간절함 뒤의 일이었다.

별 쏟아지는 오곡도에 밤이 익어간다. 한 수행자의 절절한 ‘무~’ 외침이 어둠을 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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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참·제창 으로 참구심 격발시키는 선불장

오곡도명상수련원은

▲ 오곡도명상수련원 전경.

매일 9시간씩 좌선하며
장휘옥·김사업 지도로 수행

오곡도명상수련원은 간화선 수행전문도량이다. 장휘옥 원장과 김사업 부원장이 대학강단을 미련 없이 떠나며 퇴로 끊고 들어선 곳이 오곡도다. 이들은 2003년 폐교였던 학교를 인수해 선방 등을 갖추고 오곡도명상수련원을 개원했다. 이후 여름과 겨울 각각 두 차례씩 1주일 집중수련회를 열고 있다.

오곡도명상수련원 특징은 독참(獨參)과 제창(提唱)에 있다. 독참은 선의 본고장 중국 선종에서 행해지던 전통으로, 수행자가 스승과 일대일로 만나 화두에 대한 자신의 경지를 점검받는 제도다. 입실(入室)이라고도 한다. 독참 땐 스승과 수행자 사이에 선문답이 오간다. 현재 일본 임제종에서 온전히 행해지는 제도다. 임제종은 조계종과 같이 간화선을 종지로 하며, 중국 임제종 양기파 법통을 잇고 있는 것도 조계종과 같다.

장휘옥 원장과 김사업 부원장은 2003년부터 일본 임제종 14개 대본산 가운데 하나인 향악사(向嶽寺, 고카쿠지) 수행전문도량에서 스님들과 똑같이 수행해왔다. 이들은 방장 미야모토 다이호오 스님을 스승으로 안거 집중수행에 임하며 900여회의 독참지도를 받았다. ‘무문관’,‘벽암록’,‘임제록’ 등에 나오는 수백 개 화두를 방장스님과 하나하나 독참한 뒤 인가를 받고 오곡도에서 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제창은 수행자들에게 선의 핵심을 알려주며 참구심을 격발시키는 시간이다. 독참은 집중수련회 동안 매일 1차례씩, 제창은 1시간30분씩 이뤄진다. 또 수련회 기간 동안 하루 9시간 좌선하며 철저히 묵언한다. 집중수련회는 홈페이지(www.ogokdo.net)에서 접수를 받아 심사를 거친 뒤 10명에 한해 참가할 수 있다. 집중수련회에 동참한 수행자는 매월 1번 열리는 주말수련회도 참가할 수 있다.  055)644-0935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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