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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박명숙 씨

기자명 법보신문

▲ 미묘향·51
2년 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는 암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매일같이 밤잠을 설쳤고 불안함과 걱정 속에서 수술도 세 번이나 미뤘다. 다행히 주위 권유로 가까운 사찰에서 108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이제는 수술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 후 한 달 동안 요양병원에 머물면서 수술 전 잠깐 맛본 수행의 기쁨을 떠올렸다. 진작부터 언니는 절에 갈 것을 권유해 온 터였다. 때마침 9월을 맞아 대광명사의 불교대학 개강 소식이 들려왔다. 망설임 없이 등록하고 보니 번호가 1번이었다.

암진단 전과 후 달라진 삶
걷고 TV보고 식사 중에도
매일 츰부다라니 300독송
재가안거 수행하며 사경도

불교대학 수업은 그 동안의 삶이 집착과 욕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그저 돈, 물질을 좇는 삶이었다. 심지어는 몸조차 내 것이 아니란 말에 전율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원망할 일도, 나쁜 생각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이왕이면 좋은 말을 하고 마음과 손길이 닿는다면 조금이라도 주위에 도움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마음속에서 터를 잡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이 달라진다고 해서 바로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기도를 하는 도반을 보면 부럽고 신기하기만 할 뿐 막상 스스로는 기도를 시작해도 불과 3일 안에 포기해 버리기를 반복했다. 작심삼일이었다. 그래서 대광명사 주지스님에게 숙제를 받아 하면 약속 때문에 잘하지 않을까 싶어 아침공양 하는 스님을 찾아가서 사정을 말씀했다. 숙제를 달라고 부탁했더니 ‘츰부다라니’를 권했다. 처음에는 하루 21독을 21일간, 그 다음에는 108독을 21일간 하라고 일렀다. 숙제를 받으니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도 함께 일었다. 하루 21독 21일, 108독 21일을 하니 조금씩 츰부다라니가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후 츰부다라니가 입에 익숙해지자 300독 숙제를 받았다.

그리고는 거의 6개월 동안 츰부다라니 300독을 매일 읊었다. 300독을 한 자리에 앉아서 하려면 3~4시간이 걸리겠지만 나의 방법은 조금 달랐다. 길을 걸으며, 텔레비전을 보며, 식사를 하면서 틈날 때마다 츰부다라니를 외웠고 스님도 수행의 생활화와 일상화를 위해 이 방법을 권했다. 이렇게 매일 츰부다라니를 외우다 보니 어느 날에는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도 츰부다라니를 외우는 자신을 발견했다. ‘비로소 스님께서 말씀하신 츰부다라니와 한 몸이 되어 가는 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동안거 기간에는 재가안거 수행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위해 매일 츰부다라니 108독과  츰부다라니 사경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서 그 전부터 해오던 ‘법화경’ 사경도 꾸준히 계속 하고 있다. 수행을 지속하면서 특별한 경험도 있었다. 꿈에 귀신이 나타났는데 무서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내가 지장보살을 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가짐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누군가를 기다려 주기를 기꺼이 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된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부터는 틈틈이 공양간 봉사도 하고 일요일에는 49재를 준비하는 일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직은 서투르지만 누군가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보람된다.

앞으로도 열심히 부처님 법을 배우며 기도하다 보면 업장은 소멸되고 반야지혜가 자라나지 않을까. 언젠가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냥 부처님이 좋아 법당으로 달려가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정갈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 배우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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