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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윤리위, 정치적 행보에 총장선거 혼란

  • 교계
  • 입력 2015.01.31 22:31
  • 수정 2015.05.11 14:03
  • 댓글 78

절차 위반 지적에도 위원장 직권으로 징계 요청

동국대 총장 선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논문 표절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절차와 규정을 크게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본조사 생략과 소명 기회 박탈은 물론 내부 논의까지 외부에 유출함으로써 동국대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비조사만으로 표절 판명
피조사자 소명기회도 박탈
“윤리도 진실도 내팽개치고
또 다른 시비만 불러” 비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위원장 박정극, 이하 연구윤리위)는 1월29일 학교법인 동국대 법인사무처에 총장후보자 보광 스님의 징계를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등 논문 2편이 표절이니 이사회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판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광 스님이 절차상 문제를 들어 법적 대응을 천명하면서 동국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징계 요청은 1월26일 열린 연구윤리위 2차 회의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가윤리정보센터 추천 외부인사 3명의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연구윤리위의 판단에는 심각한 절차적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윤리 및 진실성 규정’에 따르면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 검증은 예비조사, 본조사, 제보자 및 조사대상자에 대한 결과통보 절차를 밟는다. 예비조사는 ‘부정행위와 본조사 실시 여부를 검토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연구윤리위는 예비조사만으로 본조사를 생략한 채 표절로 판명, 징계를 요청했다.

특히 연구윤리위는 표절로 결정한 회의에서 절차적 문제를 우려하는 내부 위원들 지적에도 위원장 직권으로 본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에 의하면 본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는 ‘피조사자가 연구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한 때’ 뿐이다. 지난 1월20일 보광 스님은 자기철회한 해당논문에 대해 학자로서 부주의는 시인했으나 표절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극 위원장은 자기철회를 표절 시인으로 간주하고 표절로 판명했다고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위원장이 직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연구윤리위는 보광 스님에게 소명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 규정 제19조에 의하면 판정에 불복한 피조사자는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보광 스님은 이른 시일 내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정식으로 재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비밀엄수 규정이 있음에도 위원회 대화까지 특정매체에 공개돼 ‘피조사자의 권리보호’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연구윤리 전문가들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라고 입을 모았다. 연구윤리위가 절차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5년간 한국윤리학회 연구윤리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위원은 “시간을 단축해서 새 판을 짜려고 하는 것”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30개가 넘는 논문을 제보할 수준이면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 학자의 명예와 학문활동이 걸린 중대사안에 연구윤리위가 본조사를 하지 않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예체능 분야 학술지 분과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조성택(고려대 교수) 위원장은 “본조사 등 절차를 무시하고 표절로 단정해 밀어붙이는 것은 또 다른 시비를 불러온다”며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밟은 연구윤리위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윤리위의 절차적 파행이 불거지면서 차기 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5일 개최된 288차 이사회는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윤리위 조사를 토대로 ‘선 검증 후 선출’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규정에 어긋난 검증 절차로 공신력을 얻기 어려워 징계위원회 구성도 난항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쟁점이 된 표절 여부를 가려야 할 연구윤리위가 절차를 건너 뛴 결정으로 외려 총장 선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민주주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적법 절차를 거쳐 내린 결정은 누구나 승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연구윤리위마저 절차를 어기고 정치적 행보를 한다면 총장 선출은 물론 학교가 더 끝없는 수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박정극 연구윤리위원장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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