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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민낯, 한국의 민낯

기자명 강용주

‘쇠에서 나온 녹이/ 쇠를 먹어 들어가듯/ 자신이 저지른 악업이/ 자신을 나쁜 세계로 끌고 간다.’(법구경)
지난 1월7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범들은 프랑스 국적 이민 2세 청년으로, ‘샤를리’ 만평이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며 테러를 자행했다. 이슬람에서는 성자 무함마드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조차 신성모독으로 여긴다. 무함마드가 누드화 같은 성적인 내용으로 풍자된 사실에 대다수 무슬림들은 마치 영적인 살인을 당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런 모욕감을 느낀 일부 무슬림 청년이 이 같은 야만적인 테러를 벌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문명의 충돌’을 운운한다. 하지만 사태를 살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샤를리’ 테러 사건 때, 언론사를 지키려다 숨진 경찰관 아흐메드는 알제리 출신의 무슬림이었다. 그는 자신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모욕한 언론사를 지키려다 죽었다. 같은 시기,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에서도 인질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 유대인 손님을 구한 이도 말리 출신의 무슬림 점원 바틸리였다.

바틸리는 유대인 손님을 구한 이유로 “유대인, 기독교인 등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는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형제이기 때문에 도왔다”고 말했다. 경찰관 아흐메드의 동생은 장례식에서 “형은 생전에 자신이 무슬림이란 것을, 또 프랑스 경찰로서 공화국의 가치인 자유·평등·박애를 수호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무슬림과 ‘미친 사람’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주십시오. 광기는 피부색이나 종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무슬림이 싫다고 모스크(이슬람 사원)나 시너고그(유대교 회당)를 태우지 말아주십시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유가족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또 이렇게 호소했다.

다른 종교처럼 이슬람교 역시 평화와 사랑의 종교이다. 아흐메드나 바틸리의 경우에서 보듯, 테러의 한 가운데서 무슬림은 종교적 관용, 타인에 대한 연대와 배려의 중심에 서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하듯 “숨진 경찰관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은 이번 범행이 종교전쟁이 아닌 공동의 인간성에 대한 공격임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그들은 왜 테러범이 됐을까? 테러범 쿠아치 형제는 ‘뷔트 쇼몽 네트워크’ 조직원이었다. 조직의 이름은 자신들이 늘 놀던 파리 19구역의 공원 이름에서 따왔다. 이민 2세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성장한 ‘순수 프랑스인’으로 일종의 자생적 테러범이다. 그러므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왜 테러범이 되었는지, 프랑스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테러범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저소득계층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프랑스도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알제리, 세네갈 같은 구식민지 국가 출신을 대거 이민자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그 고통이 무슬림을 비롯한 이민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가됐다. 경제적 위기와 사회 갈등은 한편으로 극우적인 움직임을 쌍둥이처럼 만들어낸다. 프랑스 국민전선이나 독일의 ‘페기다(PEGIDA)’는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안전망 해체를 사회적 약자인 이슬람이나 이주민의 탓으로 돌린다. 거대한 자본과 보이지 않는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기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해서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테러범 쿠아치 형제가 바로 그 본보기이다. 그들은 희망 없는 청년으로 살다가 탈출구로 이슬람 극단주의로 빠져들었다. 알랭 바디유가 말하듯 “테러범을 키운 것은 프랑스 자신”인 셈이다. 절망 속에서 잉태된 광기, 프랑스의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도 겹쳐진다. 정규직 취직이 “꿈을 이뤘다”로 표현되듯이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그 절망과 희망 없음이 ‘일베’를 낳았고, IS에 가입하러 간 청년을 낳았으며, 재미 교포 신은미 콘서트에서 폭발물을 던진 고교생도 낳았다. 테러범 형제가 프랑스의 민낯이듯, 이들이 바로 우리의 민낯이 아닐까. 더불어 살아가는 꿈을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의 성찰이 절실한 까닭이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hurights62@hanmail.net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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