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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마음은 텅 비우는 데 있고 마음 깨닫는 것은 잊는 데 있다

그 때문에 장자에서 “천지가 나와 함께 생겨났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다. 만물을 모아서 자기 몸으로 삼는 이는 오직 성인뿐일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아! 지극하고 극진하여라. 오묘함이 일심에서 극치를 이루어 빠트리는 일이 없구나. 그러므로 배우는 이들은 진실로 이 배움의 요체를 몰라서는 안 된다.

마음은 여여하고 평등한데
경중 차별함 때문에 불평등
마음은 모든 행동의 뿌리며
고뇌는 전도몽상서 생겨나

마음 다스리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마음을 텅 비우는 데 달려있고, 마음을 유지시키는 것은 평정상태를 유지함에 달려있고, 마음을 쓰는 것은 마음을 비추어 봄에 달려있고, 마음을 깨닫는 것은 마음을 잊어버리는 데 달려있다. 마음의 본체는 본래 텅 비어 있는데 물욕이 뒤섞이고 헛된 생각이 쌓여서 끝내 한 치의 틈도 없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 끓어올라서 온 몸이 혼수상태가 되어 지글지글 끓고 괴로울 정도로 뜨거워지는 바람에 불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에서 “만물의 이치를 꿰뚫으면 통달해서 밝아진다(物徹疏明)”고 한 것이다. 꿰뚫지 못하면 비우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면 밝아지지 못하고 밝아지지 못하면 불안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마음을 텅 비우는 데 달려있는 것이다. 마음은 본래 여여하고 안팎으로 평등하다. 평등하지 못한 것은 중요하게 여기고 가볍게 여기는 마음의 차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은 외면을 중시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내면을 중시하며 성인은 안팎을 잊어버리는 것을 중시한다. 외면만 중시하는 사람은 타락하고 내면만 중시하는 사람은 교만하며 안팎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평등하다.

평등하면 상황에 맞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유지시키는 것은 마음의 평정상태를 유지하는 데 달려있다. 마음의 본체는 본래 밝아서 비추지 못하는 것이 없는데 어두워지기 때문에 비추지 못하는 것이 생기게 된다. 세상 사람들을 살펴 볼 때 날마다 어두운 상태를 증폭시키고 있으니, 비록 마음을 쓰면서도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보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을 쓰는 것은 마음을 비추어 봄에 달려있다.

마음은 본래 미혹한 것이 아닌데 비추어 보는 작용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미혹해진다. 미혹함이 사라지면 비추어 봄도 없어진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닫는 것은 마음을 잊어버리는 데 달려있는 것이다.

마음 바라보기
마음 바라보기는 제일가는 미묘한 법문이다. 마음은 한 몸의 주인이고 모든 행동거지의 뿌리이다. 마음이 밝지 못한 상태에서 몸을 바르게 하고 행동거지를 단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세상의 모든 갖가지 고뇌는 다 전도몽상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전도몽상이 생기지 않으면 생각이 일어난다 해도 일어남이 없다. 생각이 일어남이 없으면 생각이 일어난다 해도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일어나도 일어나지 않으면 생각을 일으켜도 무념상태가 된다. 무념상태가 되면 전도몽상이 어디에서 일어나겠는가. 전도몽상이 일어난다면 올바르게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바르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장자를 읽고
진재는 본래 형체가 없어서 외물인 티끌 밖에서 초연하다. [장자에서는 심의식과 몸의 전체 입체적인 작용주체를 요리사가 모든 음식재료를 다루어 음식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여 진짜 요리사(眞宰)라고 했다. 요리사는 한 나라의 재상을 지칭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역자주] 홀연히 한 생각 미혹해지면 파고들어오는 것이 바로 가죽 포대인 몸이니, 일단 몸을 받게 되면 포대에 덮인 원숭이와 같아서 온갖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서고 앉고 할 때마다 몸을 잘 받들어 모셔야 한다. 배고프고 목마른 것을 살펴서 시봉을 들어야 하고 명리를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바빠지게 된다. 전원에서 온갖 책을 다 읽는다 해도 또다시 한 가지 어리석음이 남게 된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82호 / 2015년 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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