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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뇩다라삼먁삼보리-상

기자명 서광 스님

본질과 현상의 궁극을 깨닫기 위한 열망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선남자 선여인은 그 마음을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

불교 핵심 시각은 ‘존재’ 차원
연기 관계 발견이 깨달음 본질
조건 따라 이해도 확연히 달라
본질과 현실의 조화 이뤄져야

‘금강경’의 전체 내용은 위의 질문과 관련된 부처님의 답변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마치 시험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푸는 학생과도 같아서 정답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가장 높고 깊은 본질(眞)의 세계와 가장 넓은 현상(俗)의 세계에 대한 최상의 올바른 깨달음을 의미한다. 종밀 선사는 가장 높은 올바른 깨달음을 정지(正智), 가장 넓은 올바른 깨달음을 변지(遍智)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둘을 합해서 정변지(正遍智)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들 대부분은 한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조건들(가정환경, 학교, 사회, 직장 등)을 수용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 이상적인 본질세계를 동경하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로부터 자유를 갈구하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자신이 낯설어지고, 진실로 ‘나’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지면 종국에는 싫어하던 현실도, 좋아하고 갈망하던 이상세계도 모두 상실한 채 자기세계에 매몰되어 삶의 한가운데서 마음 둘 곳을 잃고 혼자가 된다. 세상은 순식간에 안개 속에 휩싸여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고 삶 자체가 늪이 되어 마음은 끝없이 허우적거리게 되고, 삶과 죽음의 실존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계속해서 이상을 좇아야 할까, 아니면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로 되돌아가야 할까?

불교는 그런 우리들을 향해서 일단 진리, 본질, 이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가장 높고 깊은 깨달음과 현실, 현상, 세속을 가장 폭넓게 알 수 있는 가장 넓은 깨달음에 대한 열망,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라고 말한다. 위의 질문은 바로 그러한 마음을 일으킨 사람들이 그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본질은 무엇이고 현상은 무엇인가?

대학생 시절에 레스토랑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담배를 피우는 두 여대생을 향해서 한 남학생이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호기심 반 장난질 반으로 예의 없이 함부로 행동했다. 급기야는 남자 웨이터가 화장실에 가서 피우라고 권했고, 이에 분개한 두 여대생의 항의로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난장판이 되었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여대생과 남대생이라는 차별 위에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인간과 동물, 식물이라는 차별 위에는 생명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다시 생물과 무생물의 차별 위에는 존재의 차원이 있다. 그러니까 여대생이 아니라 한 인간이나 존재가 담배를 피웠다고 생각하면 보다 중도적인 이해나 태도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교가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핵심적인 시각은 ‘존재’의 차원이다. 존재의 차원에서 ‘일체제법’의 연기적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가장 높고 깊은 깨달음의 본질영역이다. 한편 그 당시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여대생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을까? 아니다. 아주 자유로웠다. 그러니까 동일한 행위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조건에 의해서 다르게 평가되고 이해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넓게 두루 아는 현상적 깨달음이다.

그런데 왜 불교는 이 둘을 동시에 성취하는 것을 궁극의 깨달음으로 보았을까? 우리가 지나치게 본질만을 추구하게 되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어 현실을 무시하게 되고, 반대로 너무 현상에만 매달리게 되면 삿되어져서 본질적 가치를 상실하므로 이 둘의 균형과 조화는 올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82호 / 2015년 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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