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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보유 7만 문화재, 누가 관리하나

  • 기자칼럼
  • 입력 2015.02.23 11:23
  • 수정 2015.03.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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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화재 관련 회의석상에서 한 사찰 종무원이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대단히 전문적인 지식으로 주목받았다. 현장에 있던 종단 관계자는 “그 정도 전문성을 지닌 종무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조계종 제12교구본사 해인사 종무소에서 근무 중인 이화영 관리과장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 출신에 문화재수리기술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는 말 그대로 ‘진짜 전문가’다. 조계종 문화부에 따르면 해인사는 전국 24개 교구본사 가운데 문화재 전문인력이 상시 근무하는 유일한 사찰이다. 다시 말해 그가 현재 교구본사 종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문화재 전문가라는 말이다.

이화영 해인사 관리과장은 4년 전 문화재 보수 업무로 해인사를 찾았다가 관리 실태를 보고 그냥 눌러앉았다고 했다.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사찰이, 정작 경내 정비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체계가 미흡해 깜짝 놀랐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농담인 듯 말했지만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다수 문화재 보유 사찰이 당면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 정도로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성보박물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교중앙박물관이 2014년 10월 조사한 성보박물관 인력 현황에 따르면 전국 35개 성보박물관 가운데 학예사가 없는 박물관이 무려 21곳에 달한다. 이 중 9곳은 관리인이나 경비인력조차 없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허나 교구본사에 문화재 전문 인력이 없다고 해서, 또 성보박물관에 학예사가 없다고 해서 이를 사찰의 무관심 혹은 잘못으로 몰아 문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건비는 물론이고 박물관  및 문화재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부분 사찰 재정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종법에 규정된 교구본사 소임 ‘칠직’ 중에 문화재 관련 소임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조계종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가 무려 7만8000여점에다가 문화재 관련 예산이 매년 1000억원이 넘는데, 문화재 그 자체인 교구본사에 문화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소임조차 없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문화재 관리에 대한 국민인식이 높아진 만큼 이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찰은 문화재 유무와 별개로, 스님들이 생활하는 수행처다. 그러나 요사채 하나 지을 때도 가람 양식과 경관,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문화재 보유 사찰의 현실이다. 동시에 문화재의 법적 관리주체로서 재정적 부담은 물론, 외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조율해야 할 일들도 산적해 있다.

▲ 송지희 기자
사찰에 문화재 전담인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명의 문화재 전문 인력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문화재의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관리는 물론, 보호와 생활의 충돌지점에서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해 사찰 주도적인 유지·보수를 가능토록 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화영 해인사 관리과장의 말이다.

jh35@beopbo.com

[1283호 / 2015년 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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