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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보-부산 대광명사

“정성 꾹꾹 눌러 담은 사보로 ‘아름다운 인연’ 만들어요”

▲ 주지 목종 스님과 편집위원들. 사보 ‘아름다운 인연’은 200부에서 출발해 현재는 4000여 부를 발행하며 대광명사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친목모임이 결성되거나 단체 소식을 전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단순한 손동작만으로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기에 시간과 공간이 가진 한계는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사찰에서도 부처님 말씀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거나 모임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포교 방편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5년 9월 창간호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 달 한차례 발행
소식·교리·요리법·서평 등
다채로운 주제로 내용 구성

신도 결속력 다지고 자부심도
사보 발행부수 점점 늘어나며
대광명사 찾는 사람들도 증가

하지만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스마트폰의 강점은 즉흥성을 전제로 성립되기 때문에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단체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결속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1회성 소통보다 여운을 남기는 지속적인 소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SNS가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소식지를 발행하고, 적지 않은 사찰이 사보(寺報)를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기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도 열성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사보를 만들고, 그것을 포교 방편으로 적극 활용해 귀감이 되고 있는 사찰이 있다. 부산 대광명사(주지 목종 스님)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자리 잡은 대광명사에서는 매달 초순 편집회의가 진행된다. 사보인 ‘아름다운 인연’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재가신도 10여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보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성도재일, 우란분절 등 불교명절에 맞춰 특집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참선법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주제가 정해지면 편집장을 중심으로 담당업무가 분배되고, 취재와 외고마감 등의 일정이 확정된다.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글을 쓰는 과정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이뤄진다. 편집과 인쇄가 마무리되면 편집위원뿐 아니라 대광명사 신도들이 모여 배송작업을 실시한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힘들만도 하건만 어느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대광명사 편집위원들은 오히려 사찰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보람과 불법홍포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보다 나은 사보를 만들기 위해 매달 지혜와 열정을 모으고 있다.

▲ 배송작업은 언제나 대광명사 신도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현재 해운대구를 비롯해 부산지역 곳곳에 배달되는 ‘아름다운 인연’은 4000여 부에 달한다. 웬만한 잡지의 발행부수보다 많은 수치다. 게다가 묶음으로 발송되는 60여 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수가 한 권씩 개별가정에 배달된다. 이는 사찰이나 도서관, 식당 등에 비치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부수를 확장하는 대신, 차곡차곡 독자들을 늘려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편집장 김정미(47, 허응화)씨는 “글을 쓰고 편집하는 게 다들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하다”며 “현재는 자체적인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인연’은 2015년 2월 114호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2005년 9월 창간호 발간 이후 횟수로 11년째. 이른바 ‘인쇄매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양과 질을 확장해온 ‘아름다운 인연’은 그 성장과정 자체가 대광명사의 발전과 궤를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보가 활성화되자 대광명사 안팎으로 변화가 생겼고 조금씩 사찰의 미래를 바꿔나갔던 것이다.

우선 신도들의 결속력이 단단해졌다. 대광명사 편집부는 사찰 소식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불교교리·설화, 서평, 영어강좌, 요리법 등을 소개함으로써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높이고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기르도록 했다. 그러자 사찰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동참하는 신도가 늘어가고 봉사, 참선 등 신행모임이 활성화됐다.

▲ 대광명사는 지금까지 발행된 ‘아름다운 인연’을 모아놓았다.

배송작업을 담당하는 강우숙(58, 다문행)씨는 “주지스님과 신도들의 행복한 마음이 한 권의 책에 모아졌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받아볼 걸 생각하면 환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성미(49, 정생신)씨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도 “막내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도 반드시 사보를 읽는다. 엄마가 만든 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신도도 증가했다. ‘아름다운 인연’은 신도들의 가족과 친구, 회사동료 등을 통해 ‘아름다운 인연’을 넓혀갔다. 매달 한 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사보를 받아 본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대광명사를 찾기 시작했다. 신도 수 증가는 느리지만 꾸준했고 견고했다. 신도 수가 늘면 ‘아름다운 인연’ 발행부수가 늘었고, ‘아름다운 인연’ 발행부수가 증가하면 신도 수가 증가했다.

편집위원 이정향(47, 선견심)씨는 “남편은 가장 먼저 내 글을 찾아서 읽는다. 가족들이 불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다건(47, 정행심)씨와 권미숙(49, 묘각지)씨도 “사보를 받는 사람들이 한 번은 대광명사에 찾아오곤 한다”며 “스스로 신심을 길러가는 것도 좋지만 신심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10년 역사의 출발점이었던 2005년 9월 창간호.

이처럼 ‘아름다운 인연’은 현재 대광명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지만 사실 그 시작은 초라했다. 주지 목종 스님은 ‘받는 불교’가 아닌 ‘주는 불교’를 꿈꾸며 사보 창간을 계획했다. 당시 사무장과 함께 사보의 크기, 내용, 목차를 정하고 신도들에게 주제별 코너를 맡겼다. 외부에 맡기기보다는 ‘온전히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보자는 원력으로 사보의 뼈대를 만들어나갔다. 2005년 9월 창간호는 200부를 인쇄했다. 그마저도 다 줄 곳이 없어 남은 부수는 신도가 운영하는 매장에 비치했다. 하지만 어느 날,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인연’을 보는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때부터 개별가정에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3년이 지난 2008년 목종 스님은 사보 제작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사찰 규모가 커지면서 해야 할 일도 많아졌지만 편집위원들의 역량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감수를 제외하고는 사보 제작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묵묵히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스님의 원력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인연’은 대광명사 신도들의 정성과 신심을 가득 머금고 매달 한 번 부산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휴대폰이 아닌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이 여운을 선사하듯,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대광명사 사보 ‘아름다운 인연’의 존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달하며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끌고 있다.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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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 발행, 선택 아닌 필수”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

▲ 목종 스님
목종 스님은 사보 발행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도심포교당일수록 그 중요성이 커진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은 “도심포교당의 경우 신도들이 찾아와 정착하고, 결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잘 만든 사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보 발행으로 인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겠지만 멀게 내다봤을 때 분명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처음에 스님은 사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목적으로 사거리에 현수막을 걸거나 지하철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일간지에 광고도 내봤다. 그러나 노력만큼의 결실은 없었다. 고민하던 중 사보를 생각해냈고, 신도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더해 결정을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쓰기 외에는 글을 써본 경험이 없었다”는 스님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는 사보 발행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창간호를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10년 동안 매달 빠짐없이 발행을 이어왔다.

스님은 “10년 전과 달리 경제적 여건도 많이 좋아져서 예산문제로 발행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며 “최고는 아닐지라도 단위 사찰에서의 사보 가운데 모범사례가 될 만큼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사보가 가지는 장점을 SNS와 대조해 설명했다. 스님은 “스마트폰에서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시지 도착 알림음은 어느 순간부터 공해가 되어 우리 삶을 척박하게 만들고 있다”며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데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게 될 것들은 그야말로 마음이 깃든 것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사보를 통해 사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서로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포교당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스님들에게 사보 발행을 반드시 권한다”며 “시대의 흐름이 빨라질수록 사보의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83호 / 2015년 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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