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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강남 봉은사 친일사찰로 매도

  • 사회
  • 입력 2015.03.04 19:22
  • 수정 2015.03.05 11:13
  • 댓글 9

봉은사역명 반대 무산되자 뒤늦게 딴죽…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대대적 보도

3월28일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역명에 대한 개신교계의 딴죽걸기가 상식을 넘어선 역사왜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종수사찰 봉은사(주지 원학 스님)를 ‘친일사찰’로 규정한데 이어 서울시에는 행정불복종 운동을 펼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개신교계의 딴죽걸기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설문과 전문가 심의 거친 적법한 결정
서울시에 행정 불복종 운운 철회 요구
봉은사는 사명․서산 배출한 호국 사찰
교계 “개신교 안하무인에 국민만 피해”

개신교계 일간지인 국민일보는 3월2일 선교 섹션 ‘미션라이프’ 지면에 ‘봉은사, 대표적 친일사찰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 “(봉은사가)일제 식민통치를 정당화한 대표적 친일 공간이었던 것으로 국민일보 취재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불교계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제정한 ‘사찰령’에 따라 지정된 31개 본산 가운데 한 곳이 봉은사였으며 이 시기 취임한 4명의 주지가 친일승려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과 그들의 행적 등을 들어 봉은사를 ‘친일 사찰’로 규정했다.
국민일보 측은 여기에 덧붙여 “종교 이전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는 개신교계 관계자의 주장을 전하며 “서울시장 퇴진운동을 벌이기 전에 역명부터 당장 바꾸라”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봉은사를 “일제 식민통치를 정당화한 대표적 친일 공간”으로 규정한 국민일보 보도.

국민일보의 봉은사역 비판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23일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시민단체 대표 시절 봉은사 자문기구인 봉은사미래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전력을 들어 ‘지하철 9호선 역명 결정 개입 논란’, 25일에는 ‘친불교 박원순 시장, 불교편향 정책 줄이어’라는 기사로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공격성 기사를 잇따라 게재했다. 역명 제정에 박원순 시장이 개입했다는 의혹 제기에 덧붙여 템플스테이, 연등축제,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지원 조성사업까지 모두 종교편향적 예산지원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발맞춰 2월27일에는 보수성향의 개신교단체인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가 기자회견을 갖고 ‘봉은사역명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두 단체는 “특정 종교사찰의 이름을 역명으로 결정한 서울시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종교간 마찰과 갈등을 피하고 서울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양병희 한국교회연합회장은 범기독교적 반대운동을 거론하며 “서울시장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고 행정 불복종운동까지 벌일 계획”이라고 강변했다.

또 서울시 강남구교구협의회(회장 김인환)도 2월25일 봉은사역 명칭 사용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1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개통을 1달여 앞두고 있는 봉은사역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이같은 개신교계의 조직적 반발에 대해 서울시는 명백한 “불가”입장을, 불교계 안팎에서는 역사 왜곡까지 동원해 종교간 갈등을 야기하는 트집 잡기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봉은사를 친일사찰로 규정한 시각에 대해 “일천한 역사 인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특히 중일전쟁 이후 조선 불교계는 사실상 조선총독부의 수중에 있었다”며 “이러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던 봉은사를 친일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친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주지들의 친일행각에 대해서는 “친일행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서 묵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이유로 봉은사를 일제식민통치를 정당화한 대표적 친일 공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라며 “친일행각에 대한 인식과 참회, 역사적 단죄를 이루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도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봉은사의 사격을 특정시기에 한정해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 같은 논리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간이 친일로 폄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불교는 민족사와 민족문화, 민족정서의 영역에서 거론해야 할 만큼 우리역사의 중요한 축”이라며 “장구한 역사 속에서 특정 시기, 특정 인물들의 행각을 들어 ‘봉은사의 역사성’을 거론하는 것은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고 질타했다.

서울시도 국민일보의 잇따른 보도에 대해 2월25일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봉은사역명 제정 경과를 일체 공개하면서 “서울시지명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확정․고시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이 어떠한 의견도 시 지명위원회에 제시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템플스테이, 연등축제,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지원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고유의 전통문화 보존․계승발전 및 이의 활용을 위해 관련 예산을 지원해왔으며 이는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차원이 아님”을 단언했다.
특히 역명 개정에 대해서는 “예외적 허용의 범위가 있지만 개정 절차 및 기준 역시 역명 제정 기준에 준용해야 한다”며 “역명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친일사찰’의 오명을 뒤집어쓴 봉은사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국민일보의 보도 직후 봉은사는 “이 사안은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봉은사의 역사와 가치 전체에 대한 부정일뿐 아니라 나아가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매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은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봉은사의 역사와 가치 전체에 대한 부정일뿐 아니라 나아가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매도”라고 반박했다. 원학 스님은 역명 제정을 놓고 개신교계의 반발이 역사왜곡으로까지 이어진데 대해서도 질타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 국민들을 선도해야 할 종교계가 특정한 사안에 대한 종교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천박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이자 매국에 버금가는 행위”라고 지적한 원학 스님은 “이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원학 스님은 특히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결정된 역명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이처럼 막무가내식 흠집내기를 자행하는 것은 스스로 종교적 이기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개신교계 스스로가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 반성할 것을 지적했다. 

봉은사 측은 보도 직후 “역사적 논거에 바탕을 둔 공식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봉은사와 신도들의 명예훼손에 관해 법적 대응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안을 접한 여론도 기독교계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봉은사를 친일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일보의 보도에는 “봉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이 머물렀다(moon)”  “조선시대 유생들의 폐찰 압박이 있었음에도 꿋꿋히 이겨내고,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 사명당 같은 분들도 배출한 유서깊은 곳인데 이걸 종교적인 시각에서 보는 국민일보와 개신교계가 참 비루해 보인다.(ozmakay)” “천년된 사찰이 친일을 했다고 친일 사찰이면 이 나라의 모든 장소가 친일이 아닌 곳이 있던가?(라온)” “식민화를 시작한 일본이 불교계를 통제했다는 말을 봤을 때 봉은사 외에 다른 사찰에도 있을 건데, 굳이 하나의 잘못에 집중하기엔 역명을 내리기가 부족해 보인다.(kdh0421)” 등 미흡한 역사인식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봉은사역명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개신교계의 반발임을 확인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욱 냉랭하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개신교 단체, 서울시에 ‘봉은사역’ 역명 철회 요구”를 접한 네티즌들은 “기독교계가 또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종교적 이유로 역명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rent**)” “우리나라 역사문화로 봐야 될 것을 불교로 보고 흥분하다니. 너무하다,(sunhy**)” “코엑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봉은사 사거리였다. 코엑스역으로 해도 상관없지만 기독교가 종교적인 마인드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반대다. 왜 맨날 기독교만 이러는지.(yun8**)”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85호 / 2015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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