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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재가동은 도박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이 땅의 자랑이었던 때가 있었다. 나라는 가난했어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전 국가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정부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효율이 높은 최첨단 친환경 에너지라고 선전했다. 그래서 그런 원자력 발전소가 좁은 국토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이 뿌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1986년 건설 중인 원자로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열에 폭발해 버렸다. 현장에서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누출된 방사능으로 반경 30km 일대가 생명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충격적인 사고에 세계는 경악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에도
폐 원전 투표로 재가동 결정

세월호 참사 1년도 안됐는데
경제논리로 국민안전은 뒷전

그러나 우리는 달랐다.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보다 사고 없는 우리의 원자력 기술에 대한 자랑이 앞섰다. 당시 러시아는 달나라만큼 먼 나라였고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다. 그러나 불과 3년 전 일어난 일본의 원전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2011년 한반도 바로 옆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안전한 나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일본의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그 피해가 바로 우리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패닉에 가까운 공포를 느꼈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동북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죽거나 고향을 등졌다. 재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일본 전역을 오염시키고 일부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우리의 근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일본의 농수산물에 병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일본여행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이제 국민들은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원전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고 원전을 점차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 줄기차게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 지적수준은 이렇게 달라졌는데 정부는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2월27일 정부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계수명 30년이 다 되어 3년째 가동이 중단된 월성1호기를 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2년까지 재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해 의견이 갈리자 느닷없이 투표로 재사용을 결정해 해당지역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종교계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을 과학적 검토가 아닌 투표로 결정한 세계 유일의 사례라며 비판하고 있다. 월성1호기는 수출국인 캐나다의 안전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기준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캐나다는 같은 모델에 대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미 폐쇄결정을 내린 상태다. 그래서 국민들의 우려가 더욱 크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8%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아픔을 당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안전에 대한 기준은 뒤로 한 채 경제논리를 앞세워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낡은 배를 여객선으로 승인해 주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수명 다한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안전 불감증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 김형규 부장
‘법구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요사스러운 사람도 복을 만난다. 그 악이 익지 않을 때까지, 그러나 그 악이 무르익으면 스스로 그 죄를 받아야 한다.” 요사스런 결정이 당장은 경제적인 이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요사스런 결정에 따른 잘못된 결과들이 무르익으면 필연적으로 파국적인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원전은 일단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정부의 월성1호기 재가동은 국민의 미래를 담보로 한 사실상의 도박에 가깝다. 국민 모두가 월성1호기 재가동 반대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85호 / 2015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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